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별 탈 없이 끝나면서 경찰은 "완벽한 경호였다"고 자평했지만, 정작 시민들 사이에선 '과잉 통제'에 대한 불만과 함께 "국격에도 걸맞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 12일 행사가 폐막하자마자 보도자료를 내어 "이번 G20행사는 우려했던 테러는 물론, 불법 폭력시위나 행사 방해 사례가 없었던 완벽한 행사로 기록됐다"고 자평했다.
또 "그동안 미국 쇠고기 촛불 시위,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쌓인 '과격 폭력시위 공화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한꺼번에 불식시켰다"고도 했다.
조현오 경찰청장 역시 '대국민 감사 메시지'를 통해 "역대 행사중 가장 완벽한 안전과 질서를 확보했다"며 "치안 역량이 우수함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흡족함을 나타냈다.
조 청장은 또 "근로자와 농업인을 비롯한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적 대사의 성공을 위해 집회 시위를 최대한 자제해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행사가 당초 우려와는 달리 별다른 테러나 불법 시위없이 끝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도 다행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서울 청담동에 사는 회사원 정모(38)씨는 이번 G20행사 경비에 대해 "세계 각국 정상이 오는데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대학생 이모(22)씨도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모이는데 이 정도 통제는 괜찮다고 본다"며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같은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울타리' 바깥의 시민들에게만 불편을 가중시키고 지나치게 통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통제 일변도의 북한과 다를 게 뭐 있냐는 것.
회사원 김모(41)씨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좀 과하다"며 "각국에서도 자체 경호 시스템을 운영했는데 굳이 우리가 이렇게 많은 인력을 투입하다보니 지방 민생 치안은 예전보다 못했던 게 사실 아니냐"고 지적했다.
합법적 1인 시위까지 무조건 막거나, 행사 기간 음식 쓰레기와 분뇨 처리까지 금지한 건 "해도 너무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시민 고모(40)씨는 "보안이나 경비를 철저히 하는 건 이해하지만 불합리한 점도 많은 것 같다"며 "1인 시위까지 막거나 옷차림까지 뭐라고 하는 건 이명박정부 들어 너무 권력화한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중학 3년생 하모(16)군도 "학원갈 때도 코엑스앞을 못 지나가고 학교 가기도 어려웠다"며 "G20 열리는 건 좋지만 너무 국민들을 힘들게 한 것 같다"고 낮게 평가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국가적 행사를 무사히 치른 것에 대해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른바 '쥐 낙서'에 구속영장을 들이민다거나, 정상들 시야의 감나무에 철사로 감을 고정시켜 놓은 사례에서 보듯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역효과를 낳았다는 시각도 있다.
강남에 출퇴근한다는 회사원 진모(39)씨는 "세계 정상들을 무장의 벽에 가둬놓고 한국의 진정한 생활상과 격리시킨 것은 오히려 국격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2010-11-14 오후 9: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