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급한 불 껐지만…누리과정 '뇌관' 그대로


'보육대란' 우려를 낳았던 누리과정 예산 부족 사태가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이른바 '공약 떠넘기기'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시한폭탄으로 남게 됐다.


정부가 사실상 쥐고 있던 지원금 5천억여원을 풀기로 했지만, 나머지 소요 예산을 시도 교육청의 '빚'으로 메우기로 해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족 예산 충당 방식 놓고 의견 엇갈려


누리과정은 만 3~5세 유아들의 학비와 보육료를 국가가 모두 지원해주는 교육 과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유아 한 명당 국가가 지급하는 돈은 매월 22만원으로,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전체 예산은 3조 9천억원이다. 


그러나 부족한 예산이 1조 8천억원에 육박하면서, 이를 어떻게 메울지를 놓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 또 여당과 야당의 입장이 엇갈려왔다.


여야는 10일 양당 원내대표와 수석부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2 회동'을 갖고 예산 부족분 지원을 위한 합의사항을 내놨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은 "지방재정법 개정과 누리과정 지원 국고예산 5064억 원 집행을 4월 중에 동시에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1조 2600억 '빚' 내게 생긴 시도교육청


이같은 합의 내용은 '목적 예비비'로 편성해둔 국고지원예산 5064억원을 4월중에 집행하되, 나머지 1조 2593억원은 각 시도 교육청이 지방교육채를 발행해 충당하라는 얘기다.


원래 누리과정의 재원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다. 전년에 거둔 내국세의 20.27%를 자동으로 주도록 규정돼있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1조 4천억원 줄어든 39조 5천억원만 편성했다. 규정대로면 1조 3천억원을 늘려야 되는데, 정산 과정에서 오히려 규모를 줄인 것.


이때문에 시도 교육청들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중앙정부의 공약사업인데도,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 교육 재정에 부담만 떠넘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은 "어린이집 3~5세 보육비는 법적으로 정부 책임"이라며 "올해 정부가 경기도교육청에 지원한 교부금은 수치로 3486억 원, 인건비 증가 등 실질 감소액은 1조 3361억 원에 달하는데도 이를 교육청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육대란' 발등의 불은 껐지만 '미봉책' 비판도


이에 따라 시도 교육청들은 지난해 10월 예산 편성을 거부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여야는 5064억원을 국고로 지원하되, 지방채 발행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겠다며 이번과 똑같은 합의사항을 내놨었다. 


하지만 지방 재정 악화를 우려한 야당 일부의 반대로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고, 정부 역시 당시 편성한 5064억원의 예산 집행을 사실상 미뤄왔다. 시도 교육청들도 일부 예산만 편성했음은 물론이다.


광주시 교육청의 경우 2개월치, 또 서울과 경기 등 다섯 곳은 3~4개월치를 편성했다.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포진한 대구 울산 등 7곳만 6개월치 이상을 편성했다. 


이러다보니 3월이 되면서 당장 광주는 예산이 바닥나게 됐고, 전국적으로 '보육대란'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뇌관'은 그대로…'예산 편성 거부' 이어질까 


정부가 쥐고 있던 5064억원을 풀기로 하면서, 당장의 보육대란 우려는 일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부터 예산이 바닥나게 생긴 광주의 경우는 별도의 보완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문제는 누리과정의 근본 재원을 둘러싼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는 것. 여야가 지방재정법 개정을 합의사항으로 내걸었지만, 시도 교육청들이 그대로 따를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교육감들은 오는 19일 경남 창원의 한 호텔에 모여 누리과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처럼 또다시 '예산 편성 거부' 선언이 나올 거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조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있는 시도 교육청들이 '중앙정부 대신' 빚을 내기도 사실 쉽지 않다. 결국 이번에 5064억원이 긴급 수혈된다 하더라도, 소진되면 또다시 '보육대란' 우려가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015-03-11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