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이 정부 부처 간부를 폭행했다'는 25일 CBS 단독 보도와 관련, 청와대와 해당 부처, 당사자들의 해명이 극명하게 엇갈려 갈수록 의혹만 커져가고 있다.
청와대 김희정 대변인은 파문이 커진 가운데 가진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상혁 보건복지비서관과 최상대 기획재정부 복지예산과장 사이에 언쟁은 있었지만 폭행은 없었던 걸로 확인됐다"며 "청와대에서 별도 조치는 없다"고 못박았다.
"언론에 난 것과 같은 사실이 있다면 강력 조치가 있겠지만, 공직기관비서관에서 조사한 결과 사실 관계가 좀 다르다"는 것.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입건된 것도 아니고, 술자리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같은 해명은 같은날 오전 기획재정부가 밝힌 사건 전말과도 사뭇 다르다.
당시 2차 술자리에 동석했던 소기홍 사회예산심의관은 "정 비서관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최 과장을 툭툭 치다가 공교롭게 안경이 떨어졌다"며 "이에 최 과장이 '선배님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정색해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또다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향 선후배로 술을 마시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라면서 "정 비서관이 최 과장의 뒤통수를 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또 최 과장이 떨어진 안경을 짚는 과정에서 테이블 위의 물잔 2개도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는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뒤통수는 쳤지만 폭행은 없었다, 따라서 징계는 없다"는 기괴한 삼단 논리로 요약된다.
사건 당사자들의 해명도 엇갈리긴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당시 언쟁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는 당사자인 정 비서관과 최 과장의 해명과도 엇갈린다.
정 비서관은 전날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1차에서 술을 마시긴 했지만 폭행은커녕 언쟁도 없었다"며 "동향 후배를 처음 만나 반가워했는데 무슨 폭행이냐"고 반문했다.
최 과장 역시 "서로 대화를 나눴지만 논쟁이나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없었다"고 관련 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이같은 해명은 또 당시 같은 술자리에 있던 진영곤 고용복지수석의 해명과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진 수석은 전날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폭행은 없었지만 언쟁이 심한 건 있었다"며 "술 마시고 드잡이 정도는 있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지난 21일 밤 서울 반포동 C카페에는 '하나의 진실'이 있었음에도, 불과 나흘이 지난 이날엔 최소 서너 개의 전혀 다른 주장들이 교차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공신력의 상징이 되어야 할 청와대와 정부, 수석과 비서관이 제각각 다른 얘기를 하고 있어 음주 폭행을 둘러싼 의혹만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2010-10-25 오후 6:2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