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그림도, 어린이집 CCTV도 '원점'

정부가 내놓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방안의 핵심인 CCTV 설치 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 역시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통과에 주력해온 보건복지부에 '비상'이 걸렸다.


◈ CCTV 설치 의무화 부결…'아동학대 근절책' 대폭 손질 불가피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재석 의원 171명 가운데 찬성은 83명, 반대는 42명, 기권은 46명으로 과반수 찬성을 넘지 못한 것.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처리를 합의한 사안으로, 이날 부결은 예상 밖의 결과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보육에 필요한 건 사랑이지 감시가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개진했고, CCTV 설치에 따른 인권 침해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 본회의가 길어져 여야 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이탈하면서, 재석 의원 숫자가 171석으로 급격히 줄어든 게 부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최대 관심사였던 '김영란법' 처리 때만 해도 재석 의원은 247명에 달했다.


이에 따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 이후로도 사실상 공전해온 정부의 어린이집 아동 학대 근절대책은 당분간 표류를 피하기 힘들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새누리당은 해당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지난 1월 16일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내놨고, 교육부까지 가세해 같은달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CCTV 설치를 핵심으로 내세운 아동 학대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정부는 중장기 대책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별다른 안을 내놓지 못해 사실상 'CCTV 설치 의무화'가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져 왔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 부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재추진 입장을 밝혔지만, 4월 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도 장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어린이집의 반발 등을 의식한 의원들이 개정안 통과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 담뱃갑 경고그림은 법사위서 '제동'…13년째 '표류'



이날 국회에서는 또 복지부가 그간 통과에 전념해온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도 제동이 걸렸다. 법사위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이를 수용해 제2소위로 회부한 것.


이로써 해당 법안의 골자인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는 지난 2002년 이후 11번이나 관련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또다시 답보 상태에 머물게 됐다.


담배 제조사가 담뱃갑 앞뒷면 면적의 50% 이상을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로 채우는 한편, 이 가운데 경고그림의 비율은 30%를 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다. 정부의 '비가격 금연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은 "혐오감 나는 그림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라는 건 흡연권 및 행복추구권 침해"라는 논리를 견지했고, 이상민 위원장도 이같은 논리에 호응한 셈이 됐다. 


이로써 "2월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추진하겠다"(복지부 문형표 장관)던 정부의 노력은 '공염불'로 돌아갔고, 4월 국회에서의 처리 여부 역시 장담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자칫 '12번째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금연단체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거대 담배회사들의 로비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김현숙·김용익·최동익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소관 상임위에서 심사가 끝난 사항을 법안소위로 회부하며 무산시킨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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