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대포, 경찰 의뢰 검사조차 '안전성 의문'


경찰이 시위 해산용으로 도입하기로 한 이른바 '음향 대포'와 관련, 경찰 스스로 의뢰한 안전성 검사에서조차 인체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음향 대포'로 불리는 지향성 음향 장비(LRAD·Long Range AcousticDevice)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소음을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한 장비.

경찰청은 이 장비를 기존 가스차나 살수차와 같은 수준인 '기타 장비'로 분류해 사용할 수 있게 한 '경찰 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을 확정해 입법예고했다고 28일 밝혔다.

불법 집회 시위나 폭력 사태로 경찰관이나 공공시설에 위해가 예상될 경우 현장 지휘자의 판단에 의거, 이 장비를 쓸 수 있게 한다는 게 그 골자다.

문제는 장비 도입에 앞서 경찰이 자체적으로 의뢰한 외부 기관의 안전성 검사에서조차 '물음표'가 제기됐다는 것.

서울대 뉴미디어 통신공동연구소는 지난 3월 중순 경찰 의뢰를 받아 음파무향실에서 해당 장비의 지향성과 안전성에 대해 실험을 벌였다.

연구소측은 이후 경찰에 통보한 실험 결과를 통해 "고음압으로 출력되는 경고음을 지속 사용할 경우 인체에 대한 피해 예측이 곤란하다"고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시위 군중을 향해 발사할 경우 전면 시위대는 물론 그 주변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장비 출력부 연장 및 확성기 장착 사용을 권장했다.

경찰이 도입하려는 장비가 발사할 수 있는 소음은 최대 140데시벨(dB).

하지만 연구소측은 이 장비를 도심에서 사용할 경우 '산업 보건 기준'인 120dB보다도 낮은 110dB 정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활지와는 달리 도심에서는 건물 반사 등으로 인해 거리에 따른 음압 감소치가 낮으므로, 예상치 못한 수준의 강한 음압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도 "가까이서 140dB의 음파를 맞으면 고막이 나갈 수도 있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노동부 기준에 따르면 공장에서 허용되는 최대 소음 수준이 115dB"이라며 "해당 장비를 도입할 때는 이 기준에 맞춰 잠가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반 기준보다 청력이 약한 사람들도 피해 우려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는 점에서 안전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시위대에 정조준해 상하좌우 15도 각도로 발사할 계획"이라며 "방송용 장비로 보는 게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음향 대포'는 지난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 때도 사용됐다가 고막 손상 논란을 일으켰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는 법원이 시민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시위 현장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2010-09-28 오후 6: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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