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올해 '원격의료' 시범 기관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적용도 추진하기로 해, 이에 반대해온 의료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22일 청와대에서 교육부·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올해 업무계획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형표 장관은 '소득계층·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구현'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연말까지 5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원격의료'는 IT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9곳에서 시범사업에 들어가 현재는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20곳이 참여하고 있다.
가령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들이 혈압과 혈당 등을 자가 측정해 주기적으로 보내면, 의사는 이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상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복지부는 또 '원격협진'에 건강보험을 적용, 활성화하기로 했다. 가령 농어촌 취약지 병원에서 응급환자가 생겼을 경우 가까운 대도시 거점 병원의 전문의에게 의뢰해 CT 등 환자 기록을 함께 보면서 진단·처치·이송이 이뤄지는 방식이다.
응급환자 원격협진 시스템은 오는 4월부터 5개 지역에서 시작되며, 이미 마련된 건강보험 수가도 시범 적용된다.
이와 함께 격오지 군 부대나 교정시설, 원양어선에 대한 원격진료도 확대된다. 현재 2곳에서 시범사업중인 군부대의 경우 전방을 중심으로 대폭 확대되고, 교정시설 역시 2곳 추가된 29곳에서 원격진료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3월부터 원양선박 5척에도 위성통신을 이용, 병원과의 원격 건강관리서비스 시범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형표 장관은 "원격의료와 협진은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며 "의료계가 걱정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논의해가며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미 지난해 시범사업 도입 단계부터 "의료 민영화 수순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올해도 진통이 예상된다.
이미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인 데다, 원격의료가 활성화될 경우 대형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의료계의 반대 논리다.
문 장관도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쏠림 우려 등에 대해서는 누누이 의료계에 설명드려왔지만, 동네 병·의원이 원격의료의 중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오해가 없도록 의료계와 계속 논의해 이해를 구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의료계와 야당이 이미 지난해부터 원격의료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노선 구축에 나선 만큼, 전면 도입은 물론 시범사업 단계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또다른 '뇌관'인 현대 의료기기의 한의업계 허용 여부를 놓고도 의료계의 불만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문 장관은 "이미 예전에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판례를 통해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를 기준으로 합당한 범위 안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방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3년말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고 △기기사용의 전문적 식견이 필요없으며 △한의대에 의료기기 교육이 있는 경우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국무조정실이 지난 연말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의협 회장이 단식 농성에 들어가는 등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헌재가 제시한 기준을 강조한 문 장관의 언급은 사실상 국무조정실의 허용 추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어서, 의료계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만 "단순히 행정부의 해석이나 지침으로 풀 수 없고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며 "한의계,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방향을 밝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초음파와 X레이의 경우엔 이미 헌재와 대법원에서 '한의사 면허 범위 밖'이란 해석을 내놓은 만큼, 안압측정기와 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과 자동시야측정장비 등이 허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