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상륙 北주민'의 진실 알아봤더니…


황해도 한 탄광에서 일하던 북한 주민 A씨가 '서해상 탈북'을 결심한 건 지난 5월 7일.

40대인 A씨는 문짝만한 스티로폼에 나무를 덧댄 뒤, 이날밤 10시쯤 기약없는 '엑소더스'를 감행했다.

노를 젓는 양쪽 팔뚝에는 나중에 잊지 않으려 문신으로 새긴 가족들의 생일이 빼곡했다.

그로부터 12시간이 지난 이튿날 오전 10시쯤. 백령도 주민 세 사람은 담배를 피러 하늬바다 철책선앞 해안가에 모여 앉았다.

40대인 B씨 등 세 사람은 무심코 담배를 피우다, 철책선 너머 자갈밭에 앉아있는 A씨를 발견했다. 곁에는 A씨가 타고온 스티로폼과 노가 보였다.

예비군복 비슷한 차림에 농구화를 신고 출현한 '이방인'에게 말을 건네려는 순간, 저쪽 멀리에서 해안선을 경계하던 초병 두 명이 달려왔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상부에 보고하러 간 사이 주민들은 초병 한 명이 옆에 서있는 가운데 A씨와 얘기를 시작했다.

첫 질문은 "당신 누구야? 어디서 넘어왔어?"였다. A씨는 "이북에서 들물인 걸 알고 뗏목을 타고 넘어왔다"고 대답했다.

주민 B씨는 팔뚝 문신을 가리키며 "그 숫자는 뭐냐"고 물었다. A씨는 "애들 생일과 기념일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문신했다"며 "담배 한 개피만 달라"고 했다.

B씨는 "세 모금만에 다 피우더라"며 "갖고 있던 담뱃갑을 통째로 줬다"고 했다.

이어 B씨가 "몇 살이냐"고 묻는 순간 곁에 있던 초병이 "얘기하면 안 된다"고 제지했고, 잠시뒤 군용 지프가 현장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군인들은 A씨의 양 손을 뒤로 묶어 군 통신용 전선으로 포박했다. 이미 귀순 의사를 밝힌 A씨는 "이거 너무하는구먼" 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군 당국은 A씨가 타고온 스티로폼을 곧바로 수거해갔고, 이후 A씨는 모처로 옮겨져 합동신문조의 대공조사를 받았다.

나중에 온 장교는 주민들에게 "우리가 먼저 관측했다"며 "다만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를 되풀이했다.

결국 주민들과 군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B씨는 "군이 먼저 발견했다면 해안가에서 미리 막고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야도 엄청 좋았다"고 혀를 찼다.

군 당국은 나흘 뒤인 5월 12일 "해안에서 경계 근무중이던 초병이 A씨가 떠내려오는 걸 발견해 신병을 관계당국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선거운동차 백령도를 방문했다가 상황을 전해들은 한 정치인이 "최초 목격자는 주민들"이라며 곧바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로부터 몇일이 지났을까. 목격 주민 C씨와 D씨의 집에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군인들은 위압적인 태도로 심문하 듯 조사한 뒤 돌아갔지만, 나중에 보니 C씨의 휴대폰이 없어졌다.

C씨는 군 당국에 전화를 걸어 강력히 항의한 끝에 휴대폰을 되찾았다. 당시 철책선 너머로 A씨를 찍은 사진은 흐릿하게 찍힌 탓인지 삭제되진 않았다.

군 관계자는 13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해상 1.8km 지점에서 A씨를 최초 발견했다"며 "옆 초소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관측이 안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50미터 거리쯤 거의 접안한 상태에서 인접 초소가 다시 발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10-08-13 오후 7: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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