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뚫려도 '주시'만 하는 軍…눈 가리고 아웅?


군 당국이 허술한 경계태세가 지적될 때마다 "주시하고 있었다"는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눈가리고 아웅'식 대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을 태운 철선(鐵船)이 감시망을 뚫고 우리 영해까지 들어왔다는 CBS의 단독 보도가 13일 나가자, 군 당국은 "당시 해군에서 남하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당시 해군이 중국 어선을 포함해 해당 철선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며 "어로한계선을 넘더라도 곧바로 대응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군 당국의 이같은 해명은 '구멍 뚫린 경계망'에 쏟아질 비판을 면하기 위한 미봉책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CBS는 이날 아침 '지난 6월말 북한 철선이 북방한계선(NLL)은 물론 어로한계선 아래까지 남하했으며, 군 당국은 어민들의 무전 내용을 듣기 전까지 월경 사실조차 몰랐다'고 보도했다.

합참측은 전날만 해도 "당시 어선과 어로지도선이 먼저 발견해 군 당국에 인계한 상황"이라며 "어로한계선을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 우리로선 모른다"고 확인한 바 있다.

"철선이더라도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레이다 탐지엔 한계가 있다"며 감시망이 뚫린 사실을 이미 시인한 것.

따라서 움직임을 이미 주시하고 있었다거나, 어로한계선을 넘기까지 기다렸다는 해명 내용은 '급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군 당국은 상황 초기에도 △해당 선박이 레이더 감시가 쉬운 '철선'이며 △명백한 우리 영해에서 최초 발견됐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었다.

하루만에 뒤바뀐 군 당국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크긴 마찬가지다. 이날 합참 관계자는 해군이 당시 중국 어선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었다고 강변했다.

문제는 당시 중국 어선 두 척이 공해상도 아닌, 우리 영해에서 조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

백령도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중국 어선들은 남측 어로허용선인 '58분선'(북위 37도 58분) 부근에서 조업중이었다.

따라서 "선박이 어로한계선을 넘더라도 곧바로 대응하는 게 아니라, 우리측으로 확실히 진입하는 상황을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한다"는 군 해명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영해를 침범했더라도 추가로 남하하지만 않으면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이는 곧 국경을 지키고 어민들을 보호해야 할 군 당국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사실상 묵인 방조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8일 스티로폼을 탄 북한 주민이 백령도 해안가에서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을 때도 "초병이 먼저 발견했다"고 했다가,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당시 북한 주민을 처음 목격한 백령도 주민 A씨는 "군이 먼저 발견했다면 해안가에서 미리 막고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시 시야도 엄청 좋았다"고 혀를 찼다.

합참은 이날 "안보와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해상 경계태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은 군의 기본 역할인 경계태세 만전뿐 아니라, '진실한' 대국민 소통을 원하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2010-08-13 오후 5: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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