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죽고 나가면 춥다


▶정치권에 회자되는 얘기 가운데 "나가면 춥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 1월말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움직임이 한창 화두로 떠올랐을 때던가. 원혜영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YS의 명언 중에 '굶으면 죽는다'란 말이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나가면 추운 거 아니냐"며 탈당파를 간접 비판했었다.

겨울 날씨가 한창이던 때라 "아무리 추워도 지금 나가서 모내기할 수는 없는 이치"라며 "봄이 와야 씨뿌리고 할 것 아니냐"고 했던 것도 같다.

YS가 정말 "굶으면 죽는다"고 얘기했는지는 필자의 기억력이 짧아서 잘 모르겠다만, 사실이라면 대단한 명언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데나 갖다붙여도 통용될 수 있는 명제 아닌가. 굶으면 당연히 죽을테지.

다만 YS의 또다른 명언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에 비하면 다소 수준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느낌도 있다.

▶본론인 '추위'로 돌아가자면, 얼마전엔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과 맞물려 '시베리아'라는 단어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 데 가는 것"이라는 이명박 전 시장의 '자극'이 손 전 지사의 결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손 전 지사는 탈당 선언 이후 "시베리아를 넘어가겠다"며 사실상 이 전 시장에 응수를 가했다. 어쨌든 결국 두 사람 얘기 모두 '나가면 춥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손 전 지사의 '시베리아행'을 옹호하는 발언도 튀어나오긴 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시베리아는 자원도 많고 천연가스도 많다"면서 "오히려 신개척지 아니냐"고 손 전 지사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누구는 아랫목에 앉아있지만, 이제 땔감도 다 타가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 기존 대선 주자들을 비꼬았다.

조금 엉뚱한 필자는 민 의원의 이같은 얘기가 왠지 부메랑처럼 들리기도 했다. 김한길 의원이나 천정배 의원이 열린우리당을 향해 날려도 손색이 없는 얘기인 듯해서다.

▶근자에는 '굶다'와 '춥다'가 겹치는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바로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춥고 굶는 데'로 나서길 자처한 이들이다.

이미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20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천정배 의원과 임종인 의원도 아직 귓가를 시리게 하는 바람을 천막으로 버텨내며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이다.

다만 김근태 전 의장은 국회 본청 건물 내부인 본회의장 입구에 돗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에 나섰다. 오늘의 화두인 "나가면 춥다"란 얘기를 떠올린 사람은 비단 필자뿐이 아닐 수도 있다. 김 의장님, 죄송합니닷!! (^. ~)




2007-03-27 오후 4:09:59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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