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뉴-빅3' 論 해부

현 시점에서 여야 대선주자를 통틀어 단연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그런 그가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 구도가 처음에는 삼자(三者) 대결로 가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양자(兩者) 대결로 갈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유력 대선 주자가 '본선' 구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다, 그가 이미 내년 12월 19일까지 단계적인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건 '양자 대결'보다는 초반의 '삼자 대결', 이른바 '뉴 빅3'를 누구로 상정했느냐는 점이다.

◆결론은 '범여권 후보 vs 한나라당 후보'= '양자 대결'이야 '범여권 단일후보 vs 한나라당 단일후보'를 지칭했음은 명약관화하다.

물론 그간 한나라당이 공들여온 '한민 공조'의 여지가 남아있다면 이 구도가 '여권 단일후보 vs 범야권 단일후보'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내 '통합신당파'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내 '독자생존론'을 이끌어온 한화갑 전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했다. 여기에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열린우리당과의 통합을 촉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도 불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이같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최근 내부 기류를 볼 때 '한민 공조'는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여권 후보 vs 고건 vs 한나라당 후보' 염두에 뒀나= 그렇다면 왜 이명박 전 시장은 '셋'을 얘기했을까.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여권 후보 vs 고건 vs 한나라당 단일 후보'의 삼각 구도다. 세력으로 따지자면 '열린우리당 사수파 vs 범여권 통합신당파 vs 한나라당'의 구도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심(盧心)'이 대략 '정운찬-유시민-박원순' 세 명으로 가닥잡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 최근 대통령이 고 전 총리를 '선제 공격'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앞서 언급한 삼각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최근 지지도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민심 이반 현상을 급반전할 대선 카드로 '새 인물'을, 또 새 인물이 딛고 일어설 '희생양'으로 고 전 총리를 선택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이후 고 전 총리의 지지도는 올라갈 것이란 일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이같은 배경에서 최근 '여권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정운찬 전 총장이 지속적으로 정계 입문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급기야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고 '지역 포지셔닝'을 한 것은 음미해볼 대목이다.

따라서 이명박 전 시장의 '셋에서 둘' 발언은 결국 '여권 후보'와 고 전 총리의 단일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범여권 vs 한나라A vs 한나라B' 가능성 보나= 그러나 이 전 시장이 또다른 '셋'을 언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로 '후보 양립'의 공간을 여권이 아닌, 야권으로 상정했을 경우인 '범여권 후보 vs 한나라당 후보A vs 한나라당 후보B' 구도다.

현 시점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군이 '빅3'를 형성하며 판세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게 사실. 하지만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경쟁은 갈수록 극도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한나라당 대선 구도가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 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야말로 '지면 억울할' 두 사람이 정석대로 경선에 참여할 지, 참여한다 해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지 모든 게 아직은 '의문'이기 때문이다.

비단 이들 '빅 2'의 양립 가능성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대권 경쟁 구도에는 '손학규-원희룡-고진화' 등 당내 중도개혁세력을 비롯,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거론되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라는 변수까지 있다.

"한나라당이 내년 12월 19일 반드시 단일후보를 낼 것"이란 가정은 그야말로 'one of them'일 수도 있다.

물론 당내 모든 후보군은 '경선 참여'와 '경선 승복'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권력에 대한 집착과 욕망은 끝도, 체면도 없다는 점을 역사는 이미 수차례의 대선을 앞두고 보여줬다.

특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까지 가미되면 '약속'은 '집착'보다 후순위에 놓이게 된다.

◆'욕망'은 또다시 '집착'을 낳을 것인가= 문제는 '범여권 후보 vs 한나라당 후보A vs 한나라당 후보B'라는 삼각 구도가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란 점이다.

한나라당은 후보 두 명으로 지지와 세력이 나뉘게 되는 반면, 범여권에서는 고건 전 총리를 포함해 단일 후보로 세력을 규합해내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적으로도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처럼 '비영남 vs 영남' 구도가 고착되는 동시에, 이마저도 영남을 두 명의 후보가 쪼개 갖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이명박 전 시장이 전자(前者)를 염두에 두고 '삼자 대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자(後者)의 경우를 감안, 미리 단일화에 대한 자신감을 '상징'으로 깔고 나선 것인지 여부는 이 전 시장 본인 외엔 알 수 없다.

이 전 시장의 머릿속 '삼자대결'은 과연 전자일까, 후자일까. 긴 역사로 보면 보잘 것 없기 짝이 없는, 불과 일년 안짝의 시간이 그 해답을 제시할 것이다.


2006-12-27 오후 3:48:19 | ONnOFF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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