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질적 타결'을 선언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부실 협상'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들에 대한 협상 결과도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어 후속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세계 GDP의 12%를 차지하는 '제2경제대국'과의 FTA 협상은 타결 발표 불과 두 시간여전까지만 해도 성사 여부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한중 양국은 정상회담에 맞춰 전격적으로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 협상이 실질적 타결됐음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를 공식화했다.
'실질적 타결'은 핵심 쟁점도 모두 조율이 끝난 상태를 뜻한다는 게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설명이다. 하지만 협상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먼저 협상 막판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던 '품목별 원산지 기준'(PSR)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막판 쟁점까지 모두 타결됐다면, 극적 협상 과정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구체적 결과를 공개할 법하지만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도 이 대목은 에둘러 넘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PSR 합의 수준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각 품목별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평균 개념을 해서 몇 퍼센트라고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자세한 답변을 피했다.
PSR이란 교역 상품의 국적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제3국에서 수입한 원료를 제외한 부가가치의 비중을 가리킨다. 한미 FTA의 경우 PSR은 35%로, 이미 '평균 개념'을 '퍼센트'로 수치화한 지 오래다.
이번 한중 FTA 협상 과정에서도 우리 정부는 40% 수준을 제안한 반면, 중국은 60% 이상이 돼야 한다며 막판까지 각을 세워왔다. "일률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다"는 정부 해명과도 어긋나는 부분이다.
한미 FTA 당시 쟁점이 됐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같은 의제들도 어떤 내용으로 합의됐는지 분명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사실상 쟁점 조율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정치적 성과를 내세우는 데만 급급해, 서둘러 타결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통상 전문가는 "정부가 '실질적'이란 단어를 자꾸 쓰는 걸 보니, 어쩌면 협상이 아직 안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며 "이대로라면 한미 FTA 때처럼 협정문 공개 추이에 따라 재협상 논란이 빚어질 개연성도 크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최대 성과로 꼽는 '우리 농수산물 보호'를 놓고도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수산물 자유화율이 역대 FTA 가운데 최저 수준"이란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한켠에서는 "한미 FTA보다도 피해가 최대 다섯 배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비준을 비롯한 후속 논의 과정에서도 한중 FTA의 실효성을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