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에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가 이르면 내후년부터 포화 상태를 맞게 되지만, 올해말까지 대책을 내놔야 할 정부 산하 위원회는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사실 96%를 재활용할 수 있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규제로 재처리를 할 수 없는 우리 나라에선 '고준위 핵폐기물'로도 불린다.
국내에선 23기의 원전에서 매년 700톤 이상이 생겨나, 기존 원전 내부에 임시 저장되고 있다.
문제는 내후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10년안엔 모든 임시저장공간이 꽉찬다는 것. 지난해 정부가 부랴부랴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올 연말까지 권고안을 내놓기로 한 위원회는 어떤 방식을 도입할지는 물론, 관계 지역 의견 수렴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위원회는 출범 이후 24번의 정기회의와 16번이 간담회, 17번의 토론회, 2번의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초안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 상태다.
위원회 조성경 대변인은 "세월호 사건이나 지방선거 같은 여러 문제로 불가피하게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원칙적으로 올해안에 권고안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이지만, 졸속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일단 이번주 안에 '사용후 핵연료가 있는 지역', 즉 기존 원전이 들어선 울진과 경주 등 5개 지역을 잇따라 찾아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또 울진은 LK경영연구원, 경주는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설문조사를 맡아 지역 여론 수렴에 나서게 된다. 부산 기장과 울산 울주도 조만간 업체를 선정해 여론조사에 들어가되, 영광은 주민토론회가 먼저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임시저장시설이 들어서있는 이들 지역조차 방사능 강도가 높은 고준위 폐기물 저장을 늘리는 데는 반대하는 기류가 매우 강한 형편이다.
최근 한국원자력학회가 "원전이 없는 지역에 중간저장시설을 별도로 설치하자"는 방안을 위원회에 제시했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더 큰 진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201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