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무게 못 이겨 '전단 파괴'로 침몰한 듯


천안함 침몰 원인이 자체 하중을 버티지 못한 '전단 파괴'(shear failure)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단 파괴'란 어떤 물체의 단면이 지나치게 수평하중을 받을 때 결국 '무 자르듯' 두 동강 난 채 파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해양 전문가 A씨는 31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절단면이 반듯하다는 얘기는 전단력(剪斷力)에 의한 파괴"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전단력이 발생하는 부분에 누수가 생겼거나, 배에 또다른 무기를 싣기 위해 개조했을 경우 부력의 부조화가 심해져 두 동강 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누수 또는 20여년간의 장비 적재로 수평하중이 증가하면서 천안함이 결국 두 동강 났다는 얘기다.

천안함의 건조 당시 기본 몸무게만도 1200t. 일반 선박으로 따지면 5000t급에 해당하는 수치다.

여기에 1989년 해군에 인도된 이후 20여년간 유도탄 등 각종 신형 무기와 탄약, 레이더 등을 수시로 적재해온 걸 감안하면 전단력 발생 조건은 충분하다.

일각에서 제기된 '피로 파괴'(fatigue failure)의 정확한 원인이 바로 '전단력'인 셈이다.

천안함과 같은 규모의 초계함 함장을 지낸 해군 예비역 대령 B씨도 "새 무기를 적재하거나 함포를 설치하기 위해 군함 내부를 개조하는 일이 빈번했다"고 증언했다.

앞서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도 천안함 사고를 '타이타닉호'에 빗대면서 "천안함이 침수되면서 늘어난 중량을 이기지 못해 가장 취약한 부위가 부러져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과적 항해하던 철광석 운반선이 한쪽에 중량이 실리면서 두 동강 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 1982년에도 일본 오노미치조선에서 건조한 8만톤급 상선이 태평양에서 강한 파도에 맞아 두 동강 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만약 후미 부분에서 '스크래치'가 발견된다면, 암초에 부딪혀 전단력이 발생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좌초 가능성도 열어놨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분석은 '기뢰 폭발' 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정부 당국의 원인 분석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어서, 향후 커다란 논란이 예상된다.

기뢰가 폭발했다면 죽은 고기 떼와 해초, 뻘에 의한 흙탕물 등이 발견됐어야 하므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차관보도 지난 30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선체 자체 외에 다른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A씨는 "전단 파괴 사실이 드러나면 국제적 망신인 동시에 모든 해군 함정에 대한 일제 점검이 불가피하다"며 "많은 전문가들이 사실을 쉽게 얘기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군측은 "모든 함정에 대해 매일 점검과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단 파괴'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2010-03-31 오후 9: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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