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아줄 하나만 내렸나…'병목현상' 자초한 해군


"백령도에 사고는 났지만 제대로 된 구조는 전무하다."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침몰 사고 엿새째인 31일 군 당국의 구조 작업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46명으로 구성된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이날 오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해군은 지금까지의 모든 구조 활동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초동 대처와 구조 과정, 또 함미 탐색 과정에 이르기까지 의문이 너무 많다"며 "사항별로 뽑아도 수십 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에 밧줄(인도선)을 하나만 설치한 점, 또 잠수사들의 수색 활동에 필수적인 감압 챔버도 단 하나만 설치된 점에 의문을 표시했다.

전날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처럼 목숨을 건 잠수사 170명이 적극 나서고 있는데도, 정작 장비 부족으로 '병목 현상'이 발생해 제대로 된 구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압 챔버는 높은 수압에 노출돼있다가 갑자기 수면으로 나올 때 생길 수 있는 잠수병을 막기 위한 필수 장치.

가족들은 "잠수부가 2인1조로 10분가량 잠수를 하고 나오면 감압장치에서 최소 2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며 "그런데 챔버가 한 대뿐이니 그 많은 잠수부가 무슨 소용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은 또 "함미에 연결된 밧줄이 하나뿐인 이유도 챔버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라며 "조속히 챔버를 더 많이 투입해달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현재 사고 현장에 출동한 평택함과 청해진함도 각각 1개, 3개의 감압 챔버를 보유하고 있지만, 광양함의 챔버 외에는 모두 수리중이다.

구조 지원을 위해 도착한 미군 살보함이 9대의 감압 챔버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날 순직한 한 준위가 마지막으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곳도 살보함의 감압 챔버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또 △군 당국이 침몰 사흘만에야 함미를 발견한 점 △이마저도 민간인이 먼저 발견한 점 등을 지적하며 "군은 부실 수색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010-03-31 오후 2: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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