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무시하는 정부…'해양사고 공표' 0건

 

 

현행법상 해양사고를 낸 선박에 관한 정보는 신문이나 인터넷에 공표하도록 돼있지만, 해양수산부가 실제로 공개한 경우는 지난 5년간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렇게 묻혀진 사고 가운데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연루된 것만도 최소 8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해사안전법 제57조와 시행규칙 제51조에 따라 공표된 선박의 안전도에 관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육지에 도로교통법이 있다면 바다에서 적용되는 법규가 바로 해사안전법이다. 이 법에 지난 2009년부터 도입된 57조는 '선박의 안전도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규정하고 있다.

선박 이용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해양사고를 야기한 선박에 대해서는 △선박의 명세 △해양사고 발생건수 및 사고개요 △안전기준 준수 여부 및 위반 실적 등의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나 일간신문에 게재할 수 있도록 명시해놨다.

특히 △선박소유자 △선박운항자 △안전진단대행업자 △안전관리대행업자의 성명이나 상호 역시 공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 규정이 도입된 이후로 5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실제로 해당 정보를 공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제도를 만들어놓은 건 맞지만, 57조를 근거로 공표한 실적은 없다"고 확인하면서도 "매 분기별로 중점 관리할 선박이나 특별 점검할 선박을 지정해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조항은 주로 외국에서의 출항 정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항 화물선'에 적용될 뿐, 여객선 안전에 관한 사항은 주로 해운법을 통해 규제·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좌현 의원은 "해수부가 제대로 안전정보를 제공했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해양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부가 선박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양경찰청의 '해상 조난사고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매년 발생한 해양사고는 평균적으로 1700여 건에 이른다.

지난 2012년만 해도 선박 1632척이 사고를 당했고, 인명 피해도 1만 1302명이나 된다. 사고 선박 가운데 62척은 침몰하거나 불에 타 사라졌고, 8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특히 많은 승객이 탑승하는 여객선 사고가 크게 증가했고, 인적·물적 피해 개연성이 높은 좌초·충돌·전복·침수·화재 등 '5대 사고'도 716척이나 됐다.

더욱 주목할 것은 공개되지 않은 채 묻혀온 해양사고 가운데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연루된 것도 최소 8건이나 된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세월호의 '쌍둥이배'인 오하마나호는 지난 2010년 8월과 2011년 4월 6일, 지난해 2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기관 손상으로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2011년 사고 때는 이준석 선장이 배를 지휘하고 있었고, 인천항에서 출발한 지 30분만에 엔진이 고장나 멈춰섰다가 긴급 수리 끝에 회항했다.

당시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 430명 등 648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 선장은 이때도 "자리에서 대기하라"는 안내 방송을 한 채 별다른 대처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선장은 주의 조치조차 받지 않았고, 선박 안전 정보 또한 공표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러다보니 오하마나호는 급기야 8일 뒤인 4월 14일에는 안전업무 소홀로 1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치는 사고까지 빚어냈다.

역시 청해진해운 소유인 여객선 데모크라시5호도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의 기관 손상 사고, 또 지난 2011년 6월과 올해 3월엔 어선과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를 빚어냈다.

지난해 3월부터 운항에 투입된 세월호의 경우엔 이번 참사가 전무후무한 '해양사고'이다. 선박 안전정보만 제대로 공개돼왔더라도 이번처럼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01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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