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주변 '충돌 우려 선박' 없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맹골수도 해역 레이더에는 충돌을 우려할 만한 선박이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둘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당일 오전 8시 45분쯤부터 AIS(선박자동인식장치)와 레이더를 지켜봤지만, 세월호 주변에 다른 선박이 잡힌 건 없다"고 증언했다.

유조선인 둘라에이스호는 당시 세월호 뒷쪽에서 5km 이상 거리를 둔 채 같은 항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었으며, 오전 9시 13분쯤 구조 현장에 가장 먼저 접근한 선박이기도 하다.

문예식 선장은 세월호가 변침하던 8시 48분경의 움직임을 '턴'(turn)이라고 표현하면서 "(세월호가) 우측으로 턴을 하길래 '우리 항로로 오겠다' 싶어서 더욱 주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턴 직후 세월호 앞쪽에 물체가 잡혀서 예인선이라 생각했다"며 "이후 뒤쪽에도 여러 물체가 잡히길래 예인을 돕는 부선(艀船)이라 여겼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레이더에 등장한 물체들은 세월호와 같은 속도로 조류 방향으로 이동했고, 나중에 사고 현장에 도착해보니 컨테이너들이었다는 것이다.

컨테이너들까지 레이더에 선명하게 포착됐다는 이같은 증언은 변침이 이뤄진 8시 48분을 전후해 세월호 주변에 다른 물체는 없었음을 간접 증명한다.

당시 이준석 선장 대신 세월호 조타 지휘를 맡았던 3등 항해사 박모(26·여) 씨는 지난 10일 열린 첫 재판에서 "물살이 빠르고 좁은 맹골수도 해역의 반대편에서 배 한 척이 올라왔다"고 변호인을 통해 진술했다.

"충돌하지 않기 위해 레이더와 전방을 관찰하고 무전도 듣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일부 매체와 SNS 등에서는 "충돌 때문에 급변침한 것 아니냐"거나, 심지어는 "올라왔다"는 표현을 들어 잠수함 출몰 가능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항해사 박 씨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맹골수도에 들어서면서 5도 이내로 변침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라며 '급변침' 자체를 부인한 상황이다.

 

 

사고 당시 또다른 인근 상선의 VDR(영상기록장치)에도 세월호 주변 몇 개의 물체가 등장하지만, 모두 4km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충돌 우려'와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 관계자 역시 "VDR 화면상에 있는 배들은 실제 세월호가 위험을 느낄 정도의 거리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충돌'을 우려할 물체가 없었다는 사실은 역으로, 당시 해역에서 세월호가 급변침할 이유 역시 없다는 걸 반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수사 당국이 침몰 원인으로 지목한 '급변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2014-06-16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