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세월호 침몰의 원인으로 지목한 '변침'이 선박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진술이 처음으로 나와 주목된다.
세월호 3등 항해사 박모(25·여) 씨의 변호사는 지난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사고 해역은 협수로로 물살이 빠르고, 반대편에서 배 한척이 올라왔다"며 "충돌하지 않도록 레이더와 전방을 관찰하며 무전을 듣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박 씨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조타수 조모 씨에게 5도 이내로 변침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이어 "조타수 조 씨는 경력이 15년이상이고 사고해역을 수차례 운항했다"며 "과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급변침 배경과 관련, 선박 충돌 우려 때문이란 주장이 제기되긴 처음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그동안 수사 당국은 화물 과적과 부실한 고박 및 급변침에 의한 복원성 상실을 침몰 원인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급변침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못해왔다.
이에 따라 항해사 박 씨가 당시 봤다는 선박의 정체를 놓고도 의문이 증폭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사고 당일 맹골수도 진입시 한 차례 조우한 둘라에이스호일 가능성이 있다.
이 배의 문예식 선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오전 8시 45분쯤 세월호를 레이더로 보고 있었다"며 "배가 우회로 오는데 난 (왼쪽으로) 가야 하니 충돌 위험이 생기니까 주시를 했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AIS 항적 등을 볼 때 둘라에이스가 아닌 '제3의 선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항해사 박 씨는 "반대편에서 배 한 척이 올라왔다"고 주장했지만, 세월호와 둘라에이스호가 정면으로 마주본 상황은 항적상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사고 당일 세월호의 AIS 항적을 공개하긴 했지만, 해역 인근 다른 선박들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