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전원구조? 전날밤 기우뚱?…VTS교신에 '열쇠'

 

세월호 사고 당일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 및 제주VTS와의 미공개 교신 내역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들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담겨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진도VTS와의 당일 오전 10시 이후 교신, 제주VTS와의 당일 오전 8시 이전 교신 내역이 주목된다.

앞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지난 4월 20일에야 진도VTS와의 교신 내용 일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해경은 오전 9시 6분부터 38분까지의 32분치 녹취 파일만 공개했지만, 통상 음질이 깨끗한 VTS 교신인데도 잡음이 많아 편집·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CBS노컷뉴스가 직접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의 3시간치 원본파일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출항하는 해군입니다. 감도 있습니다" 등의 내용이 녹취록에서 빠져있던 사실도 드러났다.

◈진도VTS, 9시 55분에 "구조 현황 보고하라" 지시

그런데 공개된 녹취록을 살펴보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10시 이후의 교신 내역에 침몰 직후 구조 정황에 대한 상세한 보고 내용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도VTS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55분에 "각국 각선 구조활동에 임하고 있는 선박들에 알립니다. 구조를 하신 선박들은 진도VTS를 통해서 몇 명을 구조하셨는지, 저희 쪽으로 즉각적으로 통보 부탁 드립니다. 진도연안 VTS"라고 교신했다.

곧바로 9시 56분에 한 선박이 "저희가 대형선이 되어 가지고 접근이 안 됩니다"라고 설명하자 진도VTS는 "선장님께서 판단을 하셔 가지고"라고 지시했다.

이에 9시 58분엔 구조작업을 지원하던 한 페리선이 보고하려 했고, 진도VTS는 "지금 여객선 침몰사건 때문에 바쁘니까 보고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라고 답변을 잠시 미뤄두기도 했다.
 

 

따라서 오전 10시 이후 진도VTS 교신내용에는 사고현장에 있던 선박들의 구조 현황이 생생하게 담겨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세월호의 관제구역 진입이 7시 8분에 있었고, 실제 교신 내용은 9시 6분부터 38분까지 있었기 때문에 7시부터 10시까지만 공개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세월호와 관련된 내용을 공개해야지 불특정한 선박과의 교신 내용까지 공개할 수 없다"며 "현재 합수부와 감사원에서 해경을 조사하고 있는데 섣불리 공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오전 11시 발표돼 세월호 참사를 더욱 키운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의 배경이 "현장 보고를 취합하다 착오가 일어났다"는 게 해경측 해명인 걸 감안하면, 오전 10시 이후 교신내역 공개는 불가피해 보인다.

◈비공개 제주VTS 교신에 사고원인 실마리 있나

진도VTS의 미공개 교신에 구조현황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 제주VTS의 미공개 교신에는 사고 원인과 경위가 오롯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세월호는 사고 당시 국제 조난 주파수인 초단파무선통신(VHF) 16번 채널을 끝까지 이용하지 않았다. 대신 목적지인 제주VTS 전용 채널인 '12번 채널'로 교신을 유지했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가 지금까지 공개한 세월호와 제주VTS 교신 내역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55분부터 9시 5분까지의 10분치뿐이다.

정작 오전 8시 55분 이전의 제주VTS 교신 내용은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검경 합수부가 지목한 사고 발생 시각이 8시 48분이다. 가장 중요한 교신 내역이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셈이다.

 

세월호 자동식별장치(AIS) 기록 해양수산부 제공

 

이 시각 이전부터 세월호에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는 증언도 여러 번 나온 걸 감안하면, 제주VTS의 '8시 55분 이전' 교신 내역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서희근(53) 씨는 지난달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고 전날인 15일 밤 10~11시쯤 세월호가 변산반도와 군산 앞바다를 지나던 중 갑자기 15도가량 기울었다가 바로 섰다"고 밝혔다.

기관실에 있던 승무원 전모(61) 씨도 "사고 당일 오전 7시 40분쯤 일지를 쓰는데,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승무원 송모(20) 씨 역시 "승객 배식이 한창 이뤄지고 있던 때부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며 "그때가 오전 8시 조금 전이었다"는 증언을 내놨다.

구조 작업에도 출동했던 한 어민은 사고 직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다로 미역을 따러 나가는 시간이 아침 6시 30분이니, 바다에서 그 배를 본 건 아마 7시~7시 30분쯤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초 사고 발생 시각과 원인이 여전히 의문에 쌓여있는 만큼, 미공개 VTS 교신내역에 과연 그 해답의 실마리가 들어있을지 주목된다.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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