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위치정보보호법'을 들어 세월호와 진도VTS교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거나 편집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에 따라 침몰 사고 원인이나 부실 구조 배경을 밝히는 데 '핵심 열쇠'가 될 세월호와 진도VTS 교신 원본, 특히 제주VTS 교신 전문까지 실체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 해경, "위치정보보호법에 따라 교신 내용 '편집'한 것"
해경은 세월호와 진도VTS 교신 내용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자, 사고 닷새째인 지난 4월 20일에야 녹취록과 음성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교신 내용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명을 내놨다. "교신 내용 일부에 선박의 위치정보, 선명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해당 부분을 편집한 것일 뿐 조작이나 의도된 편집은 없었다"는 것.
해양경찰청의 교신 파일 조작 의혹에 대한 해명.(해경 공식 페이스북 캡쳐)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제기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해 지난달 27일 조정기일에서 '정정 보도'를 요청했다.
◈ 해양수산부, "선박의 위치정보는 위치정보보호법이 아닌 선박안전법에 따라 처리"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경의 주장은 근거 법이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이 언급한 위치정보보호법 해설서를 발행한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선박 위치 정보는 선박안전법에 따르는 것이 맞다"면서 "위치정보보호법으로 적용할 여지가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선박안전법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 관계자도 "선박 위치 정보는 당연히 선박안전법에 따라 처리된다"고 이를 확인했다. 선박운항정보는 선박안전법에 의해 확보된 정보로, 해경이 말하는 위치정보보호법에 의해 수집된 정보가 아니라는 것.
실제로 위치정보보호법에는 선박의 위치정보 규정이 없는 반면, 선박안전법 제30조에는 "선박의 위치를 자동으로 발신하는 장치를 갖추고 이를 작동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박위치발신장치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 일부 캡쳐
◈ "선박안전법에는 선박의 위치정보 등을 언론에 공개하라고 규정"
특히 선박안전법에는 해경의 주장처럼 선박의 위치정보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개해야 하는 취지의 규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선박 위치정보의 세부기준을 정하는 '선박위치발신장치의 설치기준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이다.
해당 규정에서는 선박과 VTS가 교신하는 데 사용하는 초단파무선설비(VHF)를 선박위치발신장치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이 규정 제9조에는 선박의 위치와 고유번호(선명), 속력이나 침로 등을 언론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정했다.
초단파 무선송신장치인 ‘VHF 통신기’
이와 관련, 또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을 근거로 이미 언론에 세월호의 항적도를 공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세월호와 진도VTS와의 정확한 교신 내역은 물론,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제주VTS와의 사고 당일 교신 내역도 공개될지 주목된다. 당시 세월호는 12번 채널을 통해 제주VTS와 교신을 유지한 채 운항했다.
2014-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