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침' 결론 맞나…"한쪽 몰아간다" 비판도

검경, 조타기 고장 가능성 '외면'…"선체 인양해야 정확한 결론"

 

 

현행법상 선박 사고 원인 분석의 주체는 해양안전심판원으로 규정돼있지만, 유독 세월호만큼은 사고 초반부터 검찰과 경찰이 이를 주도해왔다.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17일 해경수사본부가 '무리한 급변침'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이후로 지난 15일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급격한 변침'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속이 빨라 평소 '5도 이상 변침'이 금기시되는 맹골수도에서 15도 이상 '대각도 변침'을 한 게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

통상 복원력이 있는 배는 35도까지 대각도를 변침해도 배가 쓰러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세월호는 증·개축으로 복원력이 약해진 데다, 화물 과적까지 겹친 상황에서 변침으로 쓰러졌다는 게 합수부의 잠정 결론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검찰과 경찰의 이같은 잠정 결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조타기 등 기계 고장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를 외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검경 합수부는 변침이 이뤄진 지난달 16일 오전 8시 58분까지 세월호가 정상 운항하고 있었으며, 기계 고장도 없었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변론인을 맡고 있는 한 1급 항해사는 "변침할 때 조타기 고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조타기 고장이 나면 마음 먹은 대로 키가 먹히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키가 안 돌아가니 소각도로 변침하려 했는데도 대각도로 변침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해양대학교 공길영 교수도 "검경이 어떻게 조타기 고장이 없다고 확정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수사당국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운항사인 청해진 해운과 실 소유주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청해진 해운 인천 사무소를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실제로 청해진해운은 지난달 1일 작성한 '세월호 수리신청서'에서 "조타기 운항 중 'No Voltage' 알람이 계속 들어와 본선에서 차상전원 복구 및 전원 리셋시키며 사용 중이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치 못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상대 수리업체는 "수리 의뢰를 받은 적도, 수리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2주뒤 이뤄진 세월호 출항이 조타기가 고장난 상태로 강행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조타기의 '이상 변침'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지난해 12월초에도 인천 팔미도 부근에서 "212도를 잡으라"는 변침 지시를 받았지만 "230도까지 변침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검찰 공소장에도 적시돼있다.

공길영 교수는 "팔미도 부근도 교통량이 많아 위험한 곳이므로 그렇게 많이 돌릴 수가 없다"며 "선령 20년 이상의 선박엔 릴레이스위치와 기름 유착으로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잦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같은 대형 선박이 불과 두 시간여만에 완전 침몰한 점도 '변침'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좌초나 특정 물체와의 충돌, 심지어 내부 폭발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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