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한 달이 지났지만, 그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쌓여있다. 일단 정부당국은 크게 세 가지 사실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무리한 증축에 따른 좌우 불균형으로 '복원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점 △최대 적재량인 1077톤의 2배인 2142톤의 화물을 적재한 점 △맹골수로 통과시 급격한 '변침'이 있던 점을 꼽았다.
이 과정에서 △화물을 많이 싣기 위해 평형수를 1308톤 줄인 점 △화물을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점 △조타의무가 있는 선장이 선실을 이탈한 점도 지적됐다.
결국 과적에 의한 '변침'을 침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한 셈이다. 하지만 무엇이 변침을 불러왔는지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당국은 그 진실을 '조타 미숙'에서 찾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과적에 의한 변침으로 결론을 짓기엔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많다.
현재까지 구조된 승객이나 선원들은 "쾅 소리가 난 뒤에 좌현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다. 합수부의 잠정 결론과는 180도 배치되는 것.
수사당국의 결론대로라면 급격한 변침에 의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배가 기울게 되므로, 쾅 소리가 나중에 나야 한다.
공소장에는 또 세월호가 사고 당일 오전 8시 32분 맹골수도에 진입했으며, 16분뒤인 8시 48분과 52분 등 2회에 걸쳐 급격한 변침이 이뤄졌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합동수사본부는 "항적자료와 진술로 볼 때 8시 48분 이전에는 정상 운항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월호에 기계적 고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변침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사고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수의 생존자와 목격자 진술은 맥을 전혀 달리 한다. 이상 징후는 최소한 사고 당일 오전 8시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사고 시각과 지점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변침'만으로 침몰 이유를 결론짓기엔 설득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왜 변침을 했느냐'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법률 전문가는 "가령 누군가의 사인(死因)이 '뇌진탕'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도, 그것은 진실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언제 어디서 무엇에 의해 뇌에 충격을 받게 됐는지, 또 그 원인 제공을 누가 했으며 특정 의도는 없었는지, 다른 사인이 복합 작용한 건 아닌지 등 여러 의문들을 모두 해소하는 게 진상규명의 기본"이라는 것.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다양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고, 이를 규명하는 절차를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상식적인 사회"라며 "천안함 때처럼 지금도 이런 과정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1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