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성매매 유착 수사 '헛다리' 짚었나


강남 유흥업소 업주와의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25일 현재 이들 가운데 아직 단 한 명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 수뇌부가 직접 지시한 감찰조사가 유야무야 되고 있는 배경을 놓고 또 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5일 기자 간담회에서 "공무원 비호 없이 오랫동안 불법 행위를 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곧바로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해당 경찰관 63명 가운데 어느 누구도 소환조사를 받지 않았고, 별도의 소명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C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실소유주로 파악된 이 모(39)씨에 대한 소환 조사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만큼, 당장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을 벌이긴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조현오 청장의 '신속 감찰' 의지와 온도 차이가 클 뿐 아니라, 그 동안 수사 라인이 밝혀 온 방침과도 180도 다른 것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 관계자들은 최근까지도 이 씨에 대해서는 당장이라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감찰은 수사와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누누이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 계획이 점차 누그러지고 있는 것은 이 씨에 대한 수사가 일단 답보 상태에 빠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은 확실한 구속 사유를 찾겠다며 이 씨의 차명계좌 47개를 샅샅이 뒤지는 등 총력을 쏟아 붓고도, 아직까지도 이 씨가 해당업소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초동 수사부터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논현동 N유흥업소 등 5곳의 실소유주로 지목한 이 씨가 사실은 실제 주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흥업계 한 관계자는 "경찰이 지목한 업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실소유주가 있다"며 "이 씨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 과일 등을 대는 식자재 납품업자일 뿐"이라고 전했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뒤 상경한 이 씨가 호객꾼으로 시작해 한때 북창동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이후 친분이 있는 강남 업주들에게 과거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일을 했을 뿐 실제 소유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경찰 안팎에서 여러 억측을 낳고 있는 이번 '강남 성매매 업소 경찰 유착 의혹' 수사가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서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0-03-25 오후 11:46:48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