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기름 유출 방제 작업에 총동원된 진도 앞바다 섬 주민들이 정작 자신들이 입은 양식장 피해는 스스로 입증해야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세월호 침몰해역 어업권 피해현황' 문건 등에 따르면 사고해역 인근 관매도와 동.서거차도, 대마도 등에서 미역과 톳, 모자반, 김 등을 양식하는 어가는 400여 곳에 연간 생산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섬 주민들 대부분은 미역과 톳 양식이 생업이지만 사상 최대 참사인 세월호 침몰과 기름유출로 당장 생계가 막막해졌다.
특히 사고발생 24일이 되도록 실종자가 30명 넘게 발견되지 않으면서 기름유출 피해를 어디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다.
여기에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당장 인근 어민들에게 유실물 수색과 기름방제작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어 양식피해 보상 요구는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다.
◈ 피해보상 입증은 셀프입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최근 해양수산부와 해경, 전남도청과 진도군청 등으로 구성된 보상팀을 피해어민들에게 보내 보상방안 등을 논의했다.
보상팀에서 제시된 방안은 일단 기름유출 피해가 확인된 어가는 기름이 뭍은 미역이나 톳 등을 사진촬영한 뒤 비닐팩에 넣어 냉동보관 하는 것.
또 판매처인 상회에서 기름유출을 이유로 수매를 거부할 경우 증빙자료를 챙기고 작년 매출자료를 확보해 피해예상액도 추정토록 했다.
보상팀은 피해 어민들에게 "증거자료가 제일 중요한다"며 "(기름피해로) 판로가 없다는 것을 제3자가 봤을 때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을 피해어민 스스로 입증해야한다는 점이다. 일명 '셀프입증'이다.
보상팀이 요구한 것들을 충족시키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다 현재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국면이어서 어민들도 구조당국의 지휘 아래 유실물 수색, 방제 작업 등에 투입되고 있어 입증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 그간 상회를 통해 수매하지 않고 개인거래했거나 자연산 돌미역 체취 등 양식업 범주에 속하지 않는 피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문제다.
앞서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산하 유실방지 전담반(TFT)은 지난 2일 섬 주변에 있는 낭장망 운영어선 489척을 총동원해 희생자와 유류품 유실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인근 섬 꽃게통발협회와 김생산자연합회, 어촌계도 총동원됐다.
유실방지 전담반은 7일 진도군 내 양식장 2,172㏊를 대상으로 어민들에게 실종자.유실물 자율수색을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 진도 지역 256개 유.무인도 중 군.경의 접근이 쉽지 않은 183개 섬에 대해서도 어선을 동원해 수색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름 유출피해가 가장 큰 동거차도의 한 어민은 "(세월호 침몰로) 방제작업이다 수색작업이다 다 도와주는 데 사진 찍어라, 증거자료 만들어라, 피해보상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니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어민은 또 "기름피해를 봤는데도 구조당국 협조요청에 적극 응하고 있는데 나중에 피해보상을 못 받으면 우리들은 생계를 어떡하냐는 얘기들이 자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4-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