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 없어. 하나님이 안 도와주는 것 같아. 하필이면…에효…복도 지지리도 없어".
22일째 둘째 아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A 씨는 휴대 전화에 담긴 아들 사진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녀를 찾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초조함과 불안감만 커가던 도중 지난 6일 사고 해역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가 수색 도중 숨진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40여 명 남아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잠수사에 대한 죄송함과 허탈함까지 만감이 교차했다.
A 씨는 "숨진 잠수사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입을 무겁게 열었다.
그는 "아침마다 기도했다. 잠수사들이 제발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일하라고 간절히 빌었다. 우리 애들 구하다 사고 나면 아이들 마음이 더 아프지 않겠냐"며 아들 사진을 어루만졌다.
A 씨는 한편으론,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 사고만 없었으면 물살이 약해진 때인 만큼 아이들과 다른 실종자들이 여럿 더 발견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오전엔 참 물때가 좋았다. 날씨도 좋고 물살도, 파도도 약하고 참 좋았는데, 잠수사만 무사히 나왔더라도 정조시간을 그렇게 흘려보내지는 않았을텐데…"
잠수사가 숨진 상황에서도 아들을 찾고 있는 자신을 보며 "사람이 참 간사하다"며 허탈하고 쓸쓸한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B 씨도 "뉴스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아무리 그래도 산 사람이 죽은 사람 구하다가 죽으면 어떡하냐"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투입된 잠수사가 숨지고 수색 작업 또한 점점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인양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왔다.
B 씨는 "잠수사들도 많이 지쳤고, 잠수사들만 동원해서는 되지도 않을 것 같다"며 "이제는 우리도 지치고 더 늦기 전에 시신이라도 찾고 싶다"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나 아직은 "인양은 어림도 없다"는 입장이 더 강했다.
가족들끼리 시신 인양 얘기를 나누던 것을 배 인양 얘기로 오해한 한 아버지는 "인양 얘기가 나왔어? 마지막 한 구 나올때 까지는 절대 안돼. 말도 꺼내지마"라며 언성을 높였다.
또다른 학부모들도 "다음주까지 예정된 1차 수색 때까지 다 나올 거에요. 다 나와. 걱정마세요"라며 굳은 말투로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했다.
자녀를 품에 안지도 못한 상황에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조차 없는 인양 얘기는 애타는 가족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만 하고 있다.
201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