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만들고 기자 막는다? 경찰 '윗선 눈치보기'

 

 

세월호 침몰 초기 구조당국의 늑장 출동과 해경의 소극적인 구조활동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의 때아닌 언론 통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당국을 질타하거나 정부 관계자가 말실수를 하는 장면들이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 "기자들은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출입구에서는 지난 2일부터 정복 차림의 경찰들이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체육관으로 통하는 3개의 문에 각각 2명씩 배치된 경찰들은 기자들에게 "가족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며 "2층 스탠드로 올라가 취재하라"고 현장을 통제했다.

"가족 모두의 동의냐"는 취재진 물음에는 "그냥 상부의 지시니까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재차 묻자 "우리는 위에서 시키는대로만 할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내 체육관 강단 왼편에는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한 뒤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와 인천광역시, 안산시청, 진도군청 등 지자체 소속 공무원 100여 명이 모여 있다.

바로 옆에는 사고 첫날부터 15석 규모의 기자석이 차려져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이 원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사고발생 17일째되는 날부터 갑자기 기자들의 현장 접근을 막아서기 시작한 것.

이에 따라 기자석은 마련돼있는데 정작 기자 출입은 막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체육관 곳곳에는 사복 차림의 정보과 형사들도 무전기를 감춘 채 이곳저곳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상황은 진도항도 마찬가지.

지난달 24일 늑장 수색에 항의하는 실종자 가족들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복 경찰이 기자들의 취재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꽁무니를 빼기도 했다.

◈ 불리한 현장 상황 인위적 통제

 

사고 초기 피붙이의 생사를 알 수 없어 감정이 격해진 실종자 가족들이 언론의 잇딴 오보와 과잉 취재에 항의하면서 현장 기자들은 근접 취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대신 구조당국의 늑장 대응이나 거짓말 브리핑,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실수 등 당국을 향한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와 허탈감은 모든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기사화됐다.

지난 1일 "수습된 학생들 시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달라"는 가족들 요구에 정홍원 국무총리가 "오후에 일정이 있어서..."라고 실언을 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은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CBS노컷뉴스 1일자 <총리, "시신 보고가라" 요구에 일정 '핑계'> 참조).

최상환 해경차장과 사고현장 잠수부들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은 정황이 알려진 것도 현장에 기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CBS노컷뉴스 4월 30일자 <해경은 20cm라더니…언딘 "수중시야 1m"> 참조).

진도 실내체육관과 진도항에는 전남지방경찰청과 광주지방경찰청, 인천지방경찰청 등 전국에서 차출된 경력 1천여 명이 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들은 사상 최대 참사인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하며 고된 근무 환경을 견디고 있다.

특히 여경들은 야속하기만 한 바다를 쳐다보며 돌아오지 않은 자녀 이름을 부르다 오열하는 학부모들을 보고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고위 관료들 눈치보기에 길들어진 몇몇 지휘부의 오판이 사상 최대 참사를 맞아 고군분투하는 경찰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20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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