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후 첫 시신이 발견된 지난 19일의 수중 시야를 놓고 해양경찰청과 민간업체 언딘의 설명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경은 "바닷속 시야가 20cm"라고 설명했지만, 민간업체 언딘이 뒤늦게 "1m였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것.
5배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양측 가운데 한 곳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 해경, '최초 선내 희생자' 발견 당시 수중 시야는 '20cm'로 열악
지난 24일 전남 진도 진도항에서 최상환 해양경찰청 차장이 실종자 가족들과의 '끝장 회의' 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이대희 기자)
세월호 침몰 나흘째인 지난 19일 오전, 최상환 해경 차장은 실종자 가족들이 가득찬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 최 차장은 "새벽 5시 40분쯤 수색작업을 벌이던 잠수사가 4층 객실 유리창을 통해 시신 3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침몰 이후 선체 내 시신이 떠밀려 올라 수습한 적은 있지만, 선내 시신이 확인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모았기에 이 사실에 대해 격렬한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바닷속 시야가 10~20cm에 불과해 수색이 어렵다"는 해경 발표가 꾸준히 이어졌기에, 잠수사가 눈으로 시신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재확인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야가 20cm가 맞나"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최 차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20cm밖에 안 보이는데 시신을 어떻게 볼 수 있나"라고 가족이 묻자, 최 차장은 "창문에 수경을 붙이고 내부를 보고 확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당시 최 차장의 말을 종합하면, 시야는 20cm로 열악했지만 잠수사가 창문 가까이 수경을 대고 내부에서 시신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 논란의 언딘, "당시 시야는 1m로 좋았다"
세월호 구조 작업을 도맡고 있는 언딘 장병수 이사가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8일 한 언론에서 보도된 실종자 인양 성과 조작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하지만 이런 최 차장의 설명은 지난 29일 '시신 지연 인양' 논란에 휘말린 언딘 측의 해명을 통해 의문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 28일 한 언론은 '언딘 측이 민간 자원 봉사 잠수사가 처음 발견한 희생자 시신 인양을 막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언딘은 다음날인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언딘 장병수 이사는 "당시 시야는 1m 정도 확보돼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민간봉사팀들이 적극적으로 시야가 좋을 때 (시신을) 찾아줘 최초 수색의 연결고리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 둘 중 하나는 거짓…진실이 어느 쪽이든 의혹 자초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수색작업을 벌인 민관군 합동구조팀의 '양대 축'이 이처럼 상반된 설명을 내놓으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수색의 주요한 요소인 수중시야에 대해 둘 중 하나는 거짓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딘이 거짓을 말했다면 시신 지연 인양 논란 국면 탈출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다만 언딘 김윤상 대표가 기자회견 직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8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회사 대표직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힌 걸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해경이 거짓말을 했다면 가능성은 두 가지다.
당시 진도 체육관에서 성난 실종자 가족들의 십자포화를 벗어나기 위한 최 차장의 임시변통일 가능성이 그 하나다.
혹은 해경이 지지부진한 구조 상황에 대해 시야를 핑계삼다가,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던 실종자 가족들의 뒷통수를 치는 격이라 문제는 심각해진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오직 구조와 수색 작업에 전념해도 모자랄 판인 해경과 언딘이 끊임없는 의혹을 자초함에 따라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의 절망도 깊어지고 있다.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