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이들 눈에 밟혀" 장례뒤 다시 진도 찾는 가족들

 

 

세월호 참사 14일째인 지난 29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실내체육관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지난 주에 딸을 찾아 장례까지 모두 마친 고모(52) 씨다.

"우리 아이만 자식이 아니라 단원고 학생들이 다 내 자식'이란 생각으로 진도를 다시 찾았다는 고 씨.

이른 아침부터 400여 km를 달려 진도까지 온 고 씨는 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손을 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앞서 지난 28일에도 단원고 2학년 4반 김모(17) 군의 아버지도 사흘 전 안산에서 장례를 치른 뒤 부인과 함께 진도를 다시 찾았다.

모두 다같이 한 곳에서 자녀를 기다렸지만 자녀를 찾게 된 가족들은 조금씩 자리를 떠날 터. 그렇게 되면 최후에 남는 누군가는 너무나 외롭고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사고에 희생된 자녀를 수습해 먼저 떠난 유가족이 다시 진도를 찾아 남은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주검으로나마 자녀를 다시 만난 자신들과 달리, 진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시신 수습에 속도가 붙어 실종자 숫자가 '두자릿수'로 줄면서, 자녀를 찾은 가족들은 하나둘씩 짐을 챙겨 떠났고 이제 체육관에는 50여 명의 가족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갈수록 허전해지던 체육관이었지만 이날 고 씨의 발걸음은 체육관의 빈자리를 채우고 정적만이 감도는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 했다.

"집에 있어도 답답하기만 했다"던 고 씨는 "마음으로라도 기도를 해주고 싶었고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느니 아픔이라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자녀를 잃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슬픈 내색을 않는 고 씨였지만 "진도로 다시 오면서도 걱정이 앞섰다"며 심정을 밝혔다.

아이를 먼저 찾은 것이 마치 죄인인듯한 기분도 들었고 무엇을 하더라도 쉽게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 씨 역시 마음을 추스리기도 어렵다.

아이 장례를 치른 뒤, 직장에 복귀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자녀를 찾지 못해 진도에 남은 가족들이 계속 눈에 밟혔던 것이다.

"지금 직장이 문제가 아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더 늦기 전에 하루빨리 아이들을 찾아내야 한다"며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내 마음이 추스려져야 직장을 갈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날 진도항에서 2주 만에야 자녀를 찾게 된 한 학부모도 다시 진도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그는 "장례를 치른 뒤 꼭 다시 돌아와 남은 가족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겠다"고 눈물로써 만남을 기약했다.

201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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