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14일째인 29일, 실종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실내체육관은 정적만이 감돈다. 하루 종일 틀어놓은 TV 소리만 그 정적을 채울 뿐이다.
말할 힘도 없거니와, 서로에게 방해는 되지 않을까 낮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자원봉사자들도 말보다는 "빨래해드립니다" "녹두죽, 미음드세요"라는 피켓으로 가족들에게 다가간다.
사고 첫날인 지난 16일 학부모 500여명으로 가득 찼던 실내체육관은 이제 50여명 정도만 이곳을 지키고 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불이 체육관 바닥을 빽빽하게 채웠지만, 지금은 군데군데 체육관 바닥이 보이기도 한다.
가족들이 덮었던 이불과 베개는 체육관 한 쪽 켠에 가지런히 차곡차곡 개여져 있다.
가족들은 얇은 장판에 이불로 한기를 막아둔 자리에서 잠들었다 눈떴다만을 무기력하게 반복하고 있다.
자리에 앉기조차, 물 한 모금 삼키기조차 힘들지만 "딸 만나려면 좋은 모습으로 봐야지" 여동생의 한 마디에 어머니는 눈물과 함께 밥을 삼킨다.
시신 수습이 지연될수록 가족들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 보고싶은 손주 손녀를 애타게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하나둘 씩 집으로 돌아갔다. 연세와 지병때문에 오랜 체육관 생활을 버티지 못한 것.
"며칠 있다 다시 올게" 딸의 손을 꼭 잡은 할머니는 두 손에 짐을 가득 들고 구부정한 허리를 펴지도 못한 채 차에 올랐다.
체육관 생활이 힘들기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 곳곳에 링거는 늘고, 이날 오전 한 어머니는 탈진해 결국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힘든 체육관 생활보다 더 무서운 건 어느샌가 체육관 생활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멀쩡한 집을 두고도 '난민' 신세가 돼버린 가족들은 이곳 생활에 적응해간다는 것이 더 두렵기만 하다.
자녀를 찾지 못한 가족들에게 체육관은 이제 집이 되고 말았다. 체육관 샤워실에서 몸을 씻고 옷도 갈아입고 빨래도 한다.
자녀 걱정에다 불편한 자리에 며칠 밤을 설치고 뜬눈으로 밤새웠지만 이제는 낮에도 잠을 청한다. 기다림에 지치고 이 잔인한 시간을 잊어보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많은 없을텐데…" 학부모를 찾아온 여동생이 언니의 등을 도닥이며 말했다. 입을 굳게 다문 언니는 구호단체에서 준 옷을 가지고 힘없이 일어섰다.
201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