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 한나라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을 청와대 인근 안가(安家)로 초청,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의 '퇴로 확보' 관측과는 달리, 이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 강행'을 위한 물밑 여론전에 직접 나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여권의 세종시 수정이 중간 절충안 없는 '모 아니면 도'로 가닥잡히고 있는 가운데, MB의 의중이 여전히 '모'에 실려있음을 방증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
이날 만찬에는 당내 '개혁파'를 상징하는 4선 중진 남경필 의원과 3선의 원희룡 의원을 비롯, 대표적 친이계인 정두언 김정권 의원, 중립 성향의 권영세 의원과 충남 공주 출신인 정진석 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청와대의 이번 '초청'은 회동을 불과 하루이틀 앞두고 전광석화처럼 이뤄져, 참석 대상자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 참석 대상자는 "만찬 초청을 갑자기 받았다"며 "모임 성격은 종잡을 수 없지만, 역시 세종시 문제 때문 아니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로 참석자 가운데는 '적극적 찬성론자'인 정두언 의원을 제외하고는 세종시 수정에 부정적이거나 유보적인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정부의 '세종시 대안' 발표를 앞두고, 당내 여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정안이 나오면 어차피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선 먼저 '원안 유지'인 현재의 당론 변경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친이계 지도부 등 당내 주류 사이에서는 수정안이 나오는대로 소속 의원 전원을 상대로 한 '무기명 비밀 투표'를 벌이는 방안도 유력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숫자'를 앞세운 친이계와 '명분'을 내세운 친박계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게 되고, 이런 구도에서 중도 개혁 성향 의원들은 '표와 명분' 양 측면의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따라서 "대안을 만들어 모든 성의를 들여 국민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조만간 나올 수정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전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박선규 대변인이 2일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운찬 총리도 이날 핵심 쟁점인 정부부처 이전에 대해 "하나도 안 갈 수도 있고 다 갈 수도 있다"며, 사실상 절충안 없는 정면 돌파 방침을 내비쳤다.
2009-12-02 오후 11:4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