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보고 의무 없다? 진도VTS 거짓해명

세월호 침몰로 30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가운데 "사고해역에서 수백 척의 배를 일일이 관제할 수 없다"고 밝힌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해명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세월호를 포함해 관제 해역에 선박이 진입할 때 보고 의무가 없다는 해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 "세월호는 주요 모니터링 대상"
 

침몰한 세월호가 16일 8시48분부터 이상 변침을 시도했고 속도를 절반으로 줄였지만, 관제를 담당하는 진도VTS에서는 전혀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배가 왼쪽으로 크게 기울었다는 세월호의 교신을 받은 제주VTS가 이를 진도VTS에 알리고, 또 목포해경에서 사고상황을 전파할 때까지 진도VTS는 말 그대로 '눈뜬 장님'이었다.

김형준 진도VTS 센터장은 사고발생 8일째인 지난 24일 서망항 센터에서 "당시 160척 이상의 많은 선박이 떠 있었다"며 "한 선박을 대상으로 코스변경이나 상황변경을 일일이 다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또 "연안VTS는 구역이 넓어 확대하면 다 체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월호와 같은 대형 여객선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어서, 관제 해역으로 들어오면 진출입을 살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VTS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관제 통신 전문가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도 VTS에 대형 여객선이 들어오면 무조건 컨택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다"며 "여객선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레이더에 표시되는 세월호를 클릭만 해도 최고 수준의 VTS 시스템이 선명과 국적, 톤수, 화물 종류, 승선인수까지 화면에 잡아낸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제 전문가 B씨 역시 "관제 해역으로 의심선박이 들어오면 화물이 뭐가 실렸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대형여객선이 화면상에 급변침하거나 속도를 줄이면 왜 정지하는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VTS에서 근무하는 현직 관제사 C씨도 "관제의 우선순위가 있는데 첫번째가 국내외 여객선, 두번째가 LNG 등 위험물 운반선"이라고 말했다.

진도VTS는 도초도와 가사도, 서거차도, 하조도, 어란진 등 5곳에 레이더국을 설치하고 우이도 중계소를 거쳐 진도 앞바다에 떠 있는 주요 선박을 체크한다.

◈ "진입 보고 의무는 없다"? 홍보물에는 "의무 보고"

진도VTS가 세월호 침몰 직전의 이상 기동을 미리 알아채기만 했어도 구조대응이 빨라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승객 400명 이상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사고 당일 오전 7시6분쯤 관제 해역으로 들어왔는데도, 진도VTS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조차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김 센터장은 "항만VTS(해양항만청 소속)는 입출항 보고 강제사항이 있지만 진도와 같은 연안VTS(해경 소속)는 신고가 의무사항이 아닌 자율참여"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진도VTS 해상교통관제센터 안내 홍보 팸플릿에는 '관제 대상 선박은 무선통신망 또는 공중통신망을 사용해 서비스해역 진출입 전 자선의 항행정보를 진도 VTS에 VHF(초단파무선통신) 채널67로 보고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사진 참조).

세월호는 오전 7시6분쯤 진도 앞바다에 들어오면서 진입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진도VTS는 사고를 인지한 9시7분까지 121분 동안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관제통신 전문가 B씨는 "세월호가 관내 진입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주요 관리 대상이었던 만큼 진도VTS가 먼저 확인을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현직 관제사 C씨 역시 "연안VTS가 자율보고라고 하지만 세칙에는 보고를 받기로 돼 있다"며 "해역을 지나는 중요 선박이 보고를 하지 않으면 관제실에서 위치 보고를 받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세월호가 진도해역에 진입해 침몰할 때까지의 모든 항적기록(AIS)은 진도VTS 서버에 그대로 남아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이 자료를 지난 26일 압수수색 때 가져가, VTS 직원들의 직무유기 등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세월호는 침몰 직전까지 반경 50-60km 내에 있는 주변 선박이 비상상황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VHF 16번 비상채널도 꺼놓고 있었다.

콜링(Calling) 채널이라 불리는 16번 채널은 항해 선박이 의무적으로 켜놔야 하지만, 진도VTS는 이 부분 역시 지적하지 않았다.

결국 세월호는 도착항인 제주VTS의 교신 채널인 12번 채널에 고정하고 있다가 사고를 맞아 귀중한 초기보고 시간을 12분 이상 허비했다.

진도VTS가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 항적을 관내 해역 진입 때부터 주시하고 이상 변침을 알았더라면, 16번 채널 변환과 긴급 조난신호 버튼 작동도 지시할 수 있었다.

 

선박마다 설치된 조난신호 버튼을 누르면 해당 선박이 침몰 중이라는 사실이 주변 선박은 물론 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돼 구조작업이 훨씬 빨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접수 약 40분 후인 오전 9시35분쯤 사고해역에 도착한 해경 경비정 123정은 도착할 때까지 세월호의 급박한 상황을 몰라 "승객들은 밖으로 뛰어내리라"는 안내방송조차 하지 못했다.

 

 

2014-04-29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