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지 열흘이 넘었지만, 진도 사고 현장의 식사 등 서비스를 책임지는 주체는 아직까지도 '관(官)'이 아닌 '민(民)'이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진도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가족들에게 필요한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진도항의 '밥차' 5곳은 전부 민간 봉사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모포, 의류 등 생필품과 식료품 등 구호물품도 전국 각지에서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보냈다.
이렇게 진도에 모인 구호물품만 총 24개 품목에 69만여 점이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인원은 전국 728개 단체에 1만 6000명을 넘어섰다.
바닷가 야외에 설치한 텐트나 체육관에서 먹고 자며 지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자원봉사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의 빨래나 청소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가족 돌봄 서비스 등도 있지만, 가족들 사이를 직접 다니며 필요한 것들을 물어보고 제공해 주는 자원봉사자들에 비하면 애초에 접근부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밖에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부터 시작해서 기타 설비 관리 등도 대부분 일반 기업체가 제공하고 있고, 의료 지원 또한 대학 병원이나 협회 등에 소속된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가 하는 일은 국민이 모아준 구호물품을 나눠주는 일밖에 더 있냐'는 자조섞인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
사고가 터지자마자 현장에 와서 2주째 이곳에 머무르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A 씨는 설비를 관리하느라 하루에 3시간 정도만 자고 있다.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24시간 가족들을 지원한다.
A 씨는 "정부가 해준 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구호물품 들어오면 공급해주는 게 하는 일의 전부인데, 이는 상당히 권위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응당 정부가 나서서 해야할 일들을 민간단체들이 전담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사고 발생 직후면 몰라도 열흘이 넘은 지금까지, 실종자 가족들 배식마저 자원봉사에만 의존하는 구호활동 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른다.
지자체 차원의 자원봉사센터는 있지만, 이 역시 단순히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 사람들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예컨대 환경 미화나 구호물품 정리 등의 일거리를 배분해주는 것.
따라서 자발적인 자원봉사자가 기본 전제되지 않는한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할 인력은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자원봉사자 B 씨는 외려 "정부가 실종된 분들 구조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게 봉사자들 몫인 것 같다"면서도 "(정부)기구나 조직이 서로 다르고 협력체계가 다 다르다 보니, 새삼스레 체계적으로 관리해줄 것이라고 기대는 안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2014-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