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언딘' 바지선 타보니…

 

 

26일 오후 구름이 가득한 하늘 아래 전남 진도 서망항에서 해양경찰청 경비함정 P-79를 타고 해역인 관매도 부근 맹골 수도까지 내달렸다.

강한 바람과 파도에 요동치는 경비함정을 타고 내달린 지 50여 분. 수평선 너머로 수색작업을 지원하는 선박 수십여 척이 눈에 들어왔다.

이윽고 침몰한 세월호를 부양하기 위해 장착됐지만 사실상 부표 역할만 하는 '리프트백' 두 개가 보였다.

 


수면과 맞닿은 부분에는 해초로 보이는 검은색 얼룩이 안타깝게 지나간 열 하루의 시간을 나타내는 듯 했다.

리프트백에서 20m 가량 떨어진 곳에는 가로 40여m, 세로 20여m 크기인 바지선이 보였다. 바로 논란의 중심인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의 1176t급 '리베로'호였다.

리베로호 위에는 거대한 크레인과 함께 컨테이너를 비롯한 구조 관련 장비, 잠수사와 지원 인력들로 분주했다.


빠르게 흐르는 탁한 서해 바다를 건너 경비함정에서 리베로호에 올라서자 흔들림은 체감할 정도로 감소했다. 2000m에 달하는 닻 4개가 바지선을 단단하게 고정시키고 있었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잠수사들의 호흡을 책임지는 공기통과 생명선 잠수복이었다. 생명선과 잠수복은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축축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리베로호에는 심해 잠수사들의 잠수병을 치료하는 '감압 챔버' 2개가 설치돼 있었다.

깊은 바다 속은 수압이 높기 때문에 호흡으로 몸 속으로 들어간 질소기체가 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녹게 된다.


이 상태에서 빠르게 수면에 올라오면 체내에 녹아있던 질소가 기포를 만들어 혈액 속을 돌아다니며 몸에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를 잠수병이라고 한다.

해경 관계자는 "잠수병 증세가 있는 잠수사를 챔버 안에 넣고 작업을 했던 수심과 같은 압력을 가하면 몸 안에 있는 질소 기체가 서서히 배출되면서 잠수병이 치료된다"면서 "증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3시간 정도 들어가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잠수병 증세가 있는 잠수사는 수면에 나온 뒤 4분 30초 내에 챔버 안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었다.

리베로호 한쪽 구석에는 천막으로 된 간이 휴게소가 설치돼 잠수사들이 몸을 녹이고 있었다.

 


뭍에서는 사고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구조작업을 주도해 특혜 의혹 등 논란이 되고 있었지만 일단 잠수사들은 한 구라도 더 수습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해경 소속 잠수사 김동수(41) 경장은 거칠게 일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나도 고2인 둘째 아이가 있는데 첫날 사고 소식을 듣고 '과연 이런 재앙이 있을까' 싶어 눈물이 어른거렸다"고 했다.

"한 번이라도 더 들어갈 수만 있다면 더 들어가고 싶지만 능력이 한계치라 안타깝다"며 한숨을 쉬었다.

민간 잠수사들의 항의에 대해 전하자, 김 경장은 "만약 내가 경찰 신분이 아니라 민간 잠수사였다면 나 또한 그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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