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진도항에서 이어진 실종자 가족과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수뇌부와의 '끝장 회의'는 가족들의 응축된 울분이 분출된 성토장이었다.
이미 한계를 넘어선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봇물 터지듯 폭발한 것은 문제의 업체 '언딘'을 사고 당사자인 청해진 해운이 고용한 사실이 폭로되면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이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에게 "언딘이 세월호 선주 청해진 해운 측이 고용한 업체로 나타났다"라고 질문하자, 가족들의 격한 아우성이 울려 퍼졌다.
연이어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김 청장 등이 얼버무리듯 핵심에 빗겨나가는 답변을 하면서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맞나 안 맞나를 말하라는 거지 왜 다른 말을 하고 있나"라며 강력하게 질책했다.
지난 23일 오후부터 24일 오전까지 시신이 단 한 구도 수습되지 못하면서 다급해진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속도를 내라"는 해경 차장의 무전이 현장에 전달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시신 4구가 새로 발견되면서 그나마 남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 드러났다.
수습 소식에 유족들은 "불과 45분 만에 4명이 발견됐다"면서 "가만히 놔두면 (시신을) 안 건져준다"면서 일부러 구조를 지연시킨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렇게 분노가 타오르는 와중에 해경 차장 손에 들린 무전기로부터 "국가 다이버 철수"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가 질 무렵이었다.
가족들은 이 소식에 "어떻게 이 와중에 현장에서 퇴근한다는 소식을 전하냐"면서 "우리 새끼 나올 때까지 못 가"라고 절규했다.
한 가족이 수색에 투입된 잠수사 인원에 대해 해경청장에게 질문하자 "750명, 아니 100여 명이 투입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직접 수습을 할 수 있는 분은 13명"이라고 실토하면서, 진도항의 분위기는 충돌 직전으로 갈 만큼 험악해졌다.
한 실종자 학생의 어머니는 "애들만 꺼내주면 여기서 108배라도 하겠다"면서 "왜 엄마를 악마로 만들어요. 엄마로 살다가 죽고 싶다"고 범대본을 향해 외쳤지만 메아리 없는 소리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