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진도 실내체육관에 여동생이 죽과 과일이 담긴 종이컵을 두 팔에 잔뜩 가져왔다. 점심 때가 지나도록 음식은 줄어들지 않았다. 초등학생 막내 아들만 쭈그리고 앉아 엄마 눈치를 보며 죽을 한 숟가락 덜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9일째인 24일,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이날 오전에만 링거 세 개가 올라왔다.
시신 수습이 늘면서 실종 가족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가족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차가운 물 속에 며칠째 갇혀있는 자녀만 생각하면 물 한 모금 삼키기조차 고통스럽다.
가족들은 두통과 소화장애 등을 호소하고 있다. 모두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질환이다.
체육관에 상주하는 의료진은 "발견되는 시신이 늘어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들의 건강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족들이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칸막이조차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 22일 체육관에 가족들을 위한 칸막이를 만들어주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이나 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현장에 방문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약속은 사라졌다.
씻을 공간조차 부족하다. 머무는 인원에 비해 샤워실 하나뿐이라, 가족들은 머리를 감기 위해 화장실 세면기에 머리를 집어넣기도 했다.
이날 아침 여자 샤워실에서는 다툼이 있기도 했다.
한 외국인이 "혼자 씻어야 하니 나가달라"고 한 것.
"자식 못찾은 것도 억울한데 외국인까지 난리"라며 한 아주머니가 가슴을 치며 원통해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아주머니가 "아들 만나러 갈건데 그러지 말자, 깨끗이 씻고 좋은 마음으로 가자"며 다독거렸다.
얇은 판지에다 은박돗자리뿐인 바닥에 이불을 깔고 마냥 자식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등을 기댈 곳도 없은 물론, 이들의 마음을 기댈 곳도 없다.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