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맡겨둔 딸 걱정…실종자 가족 삶도 '침몰'

 

 

모든 게 엉망이다. 일상이 사라졌다. 늦잠자는 아들 깨워서 밥 먹여 학교 보내는 게 지겨우리만큼 반복되는 아침이었다. 아흐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아들이 캄캄하고 차가운 배 속에 갇혀버리면서 모든 걸 내팽겨치고 남편과 함께 진도로 내려왔다. 중학교 2학년인 둘째 딸은 동갑내기 친구가 있는 옆집에 맡기고 왔다.

학교는 제대로 갔을까. 이른 아침부터 걱정돼 전화를 걸었다. 벌써 2교시가 시작될 시간인데도 딸이 전화를 안 받는다.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입술을 물어뜯으며 휴대전화만 쉴새 없이 두드렸다. 옆집 엄마한테도 전화했는데 직장이어서 그런지 대답이 없다.

수십번 끝에야 전화를 받은 딸, 목소리가 어쩐지 힘이 없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걸까.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은 학교를 안갔단다. 친구와 같이 늦잠을 잤단다. 이제야 일어나 컵라면을 먹는단다.

"하…!"

안도와 함께 눈물이 솟구쳤다. 비틀거리며 한 쪽 손으로 벽을 짚었다.

"너까지 왜이러냐" 엄마는 울먹였다.

혼나기 싫었던 걸까? "엄마, 오빠는 오는 거야?" 화제를 돌리는 딸,

"그걸 내가 어떻게 아니, 끊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한참을 흐느꼈다. 잠시 뒤 울리는 전화벨소리. 남편이었다.

"응…늦잠 잤대. 라면 먹고 있대"

시신 수습에 속도가 붙으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체육관은 점점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남은 가족들은 갈수록 초조하고 다급해지기만 한다.

9일째 집은 비워져 있다. 사고 소식 듣고 황급히 뛰쳐나오는 바람에, 창문도 가스밸브도 안 잠그고 나왔는데… 집안에 먼지는 또 자욱히 쌓였을 것이다.

아들을 찾기 위해, 의도치않게 딸은 방치해두고 말았다. '알아서 잘 해줬으면' 하지만 아직 철없는 딸은 엄마 손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언제쯤 끝이 날까…끝은 있긴 한걸까…기약없는 기다림만이 실내체육관에 남아있다.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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