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장례식장 부족"…눈 감고도 갈 곳 없는 아이들

 

 

"장소가 왜 없어? 우리 애가 얼마나 많이 차지한다고! 말이 안되잖아!".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 자녀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황에서 튀어나온 장례 얘기는 '기적'만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심장을 또다시 후벼팠다.

세월호 선체 수색이 속도를 내면서 희생 학생들의 시신이 잇따라 수습되자 경기도 안산지역 장례식장마져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는듯 가족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들이 갈 곳이 없다. 배 안에서도, 물 속에서 나올 방법이 없더니,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나왔는데도 갈 곳이 없다.

체육관 관람석에 모인 가족들은 사고 시점부터 자녀가 가는 마지막 길까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다.

안산에는 모두 12곳의 장례식장에 빈소 52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는 모두 92구를 모실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재 남아있는 장례식장은 안산산재병원장례식장과 안산장례식장의 빈소 4실뿐이다.

안산 장례식장 12곳에는 안산 단원고생 44명의 시신이 분산, 안치돼 있다. 27명은 안치실 대기인 명부에 올라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실종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산지역 장례식장 부족현상은 불보듯 뻔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는 시흥이나 군포 등 인근 8개 시 54개 장례식장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은 아니지만 다른 시에서라도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나름' 지원한 것이다.

그러나 가족들은 "안산에 사는데 왜 시흥에서 장례를 치르냐, 그럴 바에야 진도에서 장례를 치르겠다"며 "무책임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가슴을 쳤다.

이어 "안산에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냉동창고를 만들어달라"며 울부짖었다.

 

자녀의 시신이 올라오면 안산에 보관했다 장례식장이 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안산에서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

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한 아버지는 "안산이 연고지인데다 여태까지 기다렸는데 타지에서 장례를 치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일단은 시신 찾는 게 급선무고 장례가 좀 늦더라도 내 딸이 살던 곳에서 보내주고 싶다"며 나직히 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지 않았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아이들을 차갑고 어두운 물 속에 그토록 오랫동안 가둬놨는데 또다시 냉동창고에 보관해놓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직도 내 아이가 살아있다고 믿고 있는데 장례를 논의해야한다니…" 아직까지 자녀를 찾지 못한 학부모들의 탄식 속에 진도체육관의 해는 또 저물었다.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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