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동창 정몽준-박근혜 '2002년 악연' 매듭풀까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18일 오후 박근혜 전 대표와 회동을 갖는다.

정몽준 대표는 "분위기를 봐서 협조를 구해도 될 것 같으면 하겠다"며 10월 재보선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여태까지 선거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불지원' 입장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0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선거에는 간여하지 않는다고 이미 말씀드렸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을 빤히 아는 정몽준 대표가 박 전 대표를 만나 재보선 얘기를 꺼낼지 주목된다.

특히 '원칙'을 중시한다는 박 전 대표는 지난 2002년에도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정 대표의 '요청'을 내친 적이 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가끔씩 테니스도 함께 치는 '화기애애'한 사이였다.

당시 대선 출마를 위해 '국민통합21'을 창당한 정 대표는 마침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이끌고 있던 박 전 대표에게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나 "성향이나 이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이 석연치 않고 나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며 "정 의원이 만나자는 제안을 해왔으나 지금은 특별히 만날 계획이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1년전인 지난 2001년 이미 정 대표와 박 전 대표, 김덕룡 의원 등을 아우르는 신당 창당설이 불거졌을 때 당시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동창생인 '재벌의 아들'과 '대통령의 딸'이 신당을 만들면 국민들이 박수를 치겠느냐"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가 당시 동기동창의 '구애'를 뿌리친 건 정 대표가 강신옥 변호사를 신당창당기획단장으로 중용했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박 전 대표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변호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아버지를 시해한 사람을 의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정당을 함께 하겠다는데, 그러면 정 의원의 국가관이나 정체성은 무엇이냐"며 "대통령을 시해한 것은 국사범"이라며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그러자 정 대표는 '형님'이라 부르던 강 단장을 사퇴시켰지만, 박 대표는 이에 아랑곳없이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이후 두 사람은 그해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명예선대위원장과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으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당시 정 대표는 "한나라당은 똑같은 사람만 모여있는 부패한 정치세력"이라고 박 전 대표를 우회 비판했고, 박 전 대표 역시 "이념과 정책,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합쳤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그랬던 두 사람은 2006년 이후로 상황이 뒤바뀌게 됐다. 한나라당 대표직에 오른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후보 영입을 위해 정 대표를 직접 만났다.

박 전 대표는 또 2007년 대선을 앞두고도 정 대표를 캠프에 끌어들이려 물밑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는 끝내 중립을 지키다 대선 직전 이명박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결국 이날 만남은 두 사람의 오랜 인연에서 정 대표에게 넘어갔던 공이 다시 박 전 대표에게 넘어오는 전환점인 셈이다.

정 대표가 과거의 '거절'을 잊고 다시 박 전 대표에게 협조를 요청할 지, 그렇다면 박 전 대표가 이번에는 '수용'할 지 관심을 모으는 까닭이다.

2009-09-18 오전 10: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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