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범벅 시신, 수습이나 제대로 해줬으면"

 

 

21일 오전 진도항에 마련된 상황실 앞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전날 잠수대원이 선내 진입에 성공한 이후 시신 인양에 급물살을 타고 있어서다.

사고 발생 후 엿새째인 이날도 아침부터 시신 인양이 잇따랐다. 시신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부모와 가족은 상황실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가족들은 상황판에 적힌 시신의 특징을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읽어내려간 뒤, 사망자 1번부터 또다시 살펴봤다.

인상착의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며 혹시나 자신의 아들, 딸은 아닐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 상태인 한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는 상황판을 적는 해경 관계자를 붙잡고 "오늘 더 발견된 시신은 없나요"라고 캐물었다.

이어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가리키며 "DNA 결과가 24시간이면 나온다고 하던데"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쪽에선 실종자 가족 대표들이 "선내로 들어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기존 5개에서 10개로 늘려 쉴 새 없이 구조작업을 하겠다고 한다"며 상황을 전했다.

실종자 대표의 발표를 듣기 위해 모여든 실종자 가족들 다수가 빠른 구조 작업에 동의하는 모습이다.

아이가 살아있을 것이란 기대는 저버리지 않고 있지만, 더 시간이 지체되면 시신이 유실되거나 형태를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한 실종자 가족 대표는 "지금부터 일주일이 가면 뼈도 없어요. 저는 그런 심정이에요. 저희는 시신을 구하는 게 목적이에요. 시신을 빠른 시일 내에 수습하는 게 중요해요"라고 강조했다.

해경 측의 시신 수습 처리에 대한 안타까움도 묻어났다. 세월호에서 기름이 유출된 이후 인양된 일부 시신들이 기름 범벅인 채로 공개되면서, 이를 보는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는 것이다.

실종자 가족 대표는 "선내 기름기가 많아요. 해경 측에 시신을 수습한 뒤 기름은 닦아서 가족에게 보여달라고 했어요"라며 울먹였다.

 

 

201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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