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엔 아랑곳없이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일부 '인면수심'들이 빈축을 사고 있다.
수백 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온 국민이 노심초사하고 있지만, 현장 인근에서 돈벌이에 급급해하고 있어 보는 이들을 공분케 하고 있는 것.
◈방값·뱃삯 모두 '엿장수 맘대로'
지난 19일 밤 9시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인근 한 펜션에선 한밤중에 때아닌 고성이 오갔다.
펜션 예약을 한 일행이 당초 방 3곳을 예약하고 선금까지 지불했는데, 펜션 주인 A씨가 임의로 방 두 곳을 빼내 '퇴출'시킨 것.
알고보니 A씨가 다른 단체 손님을 받으면서, 기존에 숙박하던 손님을 내쫓은 것으로 드러났다.
졸지에 잠자리를 잃은 B씨는 "사장이 다른 손님한테 웃돈을 받고 방을 내줬다는 게 관리인의 설명"이라며 허탈해했다.
이에 성난 일행들이 "나머지 한 방도 쓰지 않겠다"며 환불을 요청하자, A씨는 "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잡아떼기 시작했다.
주변의 일관된 자필로 쓴 임시영수증까지 발견됐는데도 입장을 고집하던 A씨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겐 "돈은 받았지만 일행인 줄 몰랐다"고 말을 바꿨다.
B씨의 일행은 "진도 지역 인심에 실망했다"고 한탄했다. A씨는 펜션만 진도에서 운영하는 외지인으로 알려졌다.
현재 진도에는 실종자 가족 친지는 물론, 국내외 언론, 각종 지원 인력 등이 대거 몰리면서 숙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상태다.
이런 특수를 노린 '얌체 상술'은 비단 숙박업소뿐 아니다.
침몰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려는 실종자 가족들이나, 국내외 언론을 상대로 뱃삯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만 해도 1인당 10만 원 정도했던 뱃삯은 불과 이틀만인 20일 두 배인 제는 20만 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마저도 배가 없어 못타는 형편이다.
배를 구하다 지친 C씨는 "실종자 구조 현장을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어서 배를 구하러 다녔지만 매일 치솟는 가격이 너무한 것 같다"고 했다.
◈진도 실내 체육관엔 사기와 절도 '극성'
"시신 한 구 건지면 1억 달라고 하더라구요".
지난 18일 밤 한 중년의 남성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건넨 얘기다.
이 남성은 가족들에게 접근해 특정 구조장비에 대한 설명과 업체 소개, 전화번호 등이 적힌 기사 형식의 인터넷 게시글을 보여주며 "시신을 찾아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신을 찾아주는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했다"는 게 실종자 가족 측의 말이다.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요즘 순찰차 출동도 잦아지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슬픔에 휩싸여 있는 사이, 귀중품을 슬쩍 훔쳐가는 절도범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경기도 교육청 직원'을 사칭하며 유가족에게 접근한 뒤 장례비 등을 안내하는 브로커도 등장했다.
이런 사례가 빈번해지자, 세월호 침몰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피해 가족에 대한 외부인의 악의적 접근을 철저히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4-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