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테러분자냐"…밤샘 '절망'의 행군

 


새벽부터 청와대로 향해 밤샘 행진을 했던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10시 30분쯤 진도 대교 앞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으로 돌아갔다.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면담이 받아들여지면서 잠정 철수하기로 한 것.

이날 새벽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의 진척없는 구조작업에 항의하며 청와대로 항의 방문을 시도했다.

가족들은 전날 밤 11시 48분쯤 선체 내에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긴급회의를 열고, 청와대를 방문하자고 결정했다.

이후 실종자 가족 200여 명이 체육관을 나섰지만 경찰 300여 명이 이들의 행진을 차단해 몸싸움이 벌어졌다.

청와대 항의방문을 시도하던 실종자 가족들이 20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대교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눈물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70여 명의 가족들은 "청와대로 가겠다"며 도로 행진을 시작했고, 다섯 시간의 밤샘 행군 끝에 체육관에서 13km 떨어진 진도대교 앞까지 진출해 경찰 벽에 가로막혔다.

경찰의 저지에 일부 가족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테러범으로 몰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원고 2학년 10반 학생의 이모라는 A씨는 "우리가 전쟁을 일으키러 가는 것도 아니고 폭동을 일으키러 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우린 그저 우리 아이들 시신이나마 훼손되지 않게 구해달라고 하는건데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침몰 닷새 동안 마음졸이며 버텼던 이들이기에 새벽 행진 강행은 가족들에게 정신력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 그렇다보니 일부 가족들은 진도 대교 위에서 탈진하기도 했다.

 또 한 실종자 가족은 경찰과 대치 중 실신해 구급차로 후송됐으며, 또다른 가족들은 도로 위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있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 50분쯤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이 모여있는 실내체육관 앞쪽 강단에는 100인치 스크린이 설치돼 있는데, 해경 측이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일부 시신의 인상 착의를 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한 것.

"17-18살 추정 남학생, 신장 175cm, 검고 흰 줄무늬 후드티 착용"이란 해경의 발표에 한 학부모는 단상으로 오열하며 달려갔다.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해경 측의 사망자 인상착의 발표가 나올 때마다 자신들의 자녀가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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