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도 '매일 300분 수업' 논란

 

유치원의 하루 수업시간을 놓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교조는 지난 19일 교육부 서남수 장관과 유아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지난 2월 교육부가 내린 '유치원 교육력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 및 방과후 과정 운영 내실화 계획지침(안)'이 유치원 교사와 유아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지침은 만 3~5세 아동들을 상대로 최소 3시간, 최대 5시간이었던 기존 유치원 수업시간을 사실상 5시간으로 끌어올리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일부 교사들은 "아직 어린 유아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현실성 없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도 하루 160분을 배우는 마당에 어른의 돌봄이 필요한 만3세 아동을 300분이나 유치원에 붙잡아두면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나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도봉구의 A유치원 교사인 노모(45·여) 씨는 "점심을 먹기 전과 후의 아이들의 정서는 크게 다르다"며 "얼마 전 점심을 먹고 나면 집에 가고 싶다며 일부러 연거푸 바지에 변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유치원 교사 김모(33·여) 씨도 "유아교육 특성상 수업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의 구분이 없어서 10분의 놀이시간이라도 미리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며 "유치원 교원과 시설의 사정은 열악한데 아무런 지원 없이 시간만 늘려봤자 업무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송파구의 B유치원 박모(41·여) 씨도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면 졸음을 이기지 못해 오전 수업만 마치고 집에 돌아가거나 오후 3시쯤까지 낮잠을 잔다"고 했다.

"5시간 수업이면 통상 오후 2시를 넘겨 수업할 텐데 아이들이 견디지 못할 수업시간만 늘리니 무의미한 일"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은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 2011년 발표됐는데 이제 와서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적정 수업시간 기준을 제시해 아이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더 여유 있게 수업을 받도록 수업시간을 늘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부족한 수업시간으로 야외활동인 '바깥놀이' 등을 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휴식과 돌봄 위주로 내실화를 꾀해 유치원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유아에게도 정서적 안정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5시간씩 운영하는 유치원에 '3세대 하모니 사업'이나 '세대간 지혜나눔 사업' 등을 우선 지원하고, 유치원 평가나 정보공시에 운영시간을 반영하도록 추진하는 등 하루 5시간 수업 운영을 뿌리내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치원 여건에 따라 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을 거쳐 30분 가량 조정할 수 있다고, 교육부 측은 덧붙였다.

그러나 전교조 측은 "누리과정 도입부터 예견된 문제로 계속 반대 의견을 밝혀왔는데 정부는 계속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이번 지침의 본질은 시간제 교원을 확대해 불안정한 일자리로 취업률만 높이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양민주 부위원장은 "유치원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획이 아니라 얼마나 아이들을 기관에 오래 맡길 수 있느냐만 따지는 유아교육 하향 평준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시간 변동의 부작용은 기간제 교원을 고용하는 수법으로 틀어막으려 한다"는 것.

가령 서울의 경우 '에듀케어' 프로그램에 따라 오전과 오후 모두 8시간씩 근무하는 전임교원이 돌아가면서 일했지만, 이제는 서너 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알바'로 대체될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일자리 수의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수 지역이 기존에도 시간제 교사를 운용했기 때문에 고용조건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일반 노동자들도 정규 노동시간을 1시간씩 바꾼다면 큰 문제"라며 "유치원 교원을 정규직화하긴커녕 오히려 이를 정면으로 거슬러 시간제 교원을 뿌리내리려는 비정규직화 방향 틀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양측의 날선 갈등이 계속되면서 오는 3월 발효 예정인 해당 지침의 수용 여부를 놓고 각 지방 교육청마저 입장이 갈리고 있다.

경기와 강원, 광주, 충남, 전남, 전북 등 6개 교육청은 이미 기존 3~5시간 고시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나머지 11개 교육청은 이번 지침을 따르기로 했다.

이로 인해 하루 수업시간 3~5시간이냐, 5시간이냐를 놓고 반으로 갈린 유아교육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1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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