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및 '불법 고액과외' 의혹에 휩싸인 서울대 성악과 박모(49) 교수가 여제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 전망이다.
유명 테너인 박 교수는 현재 진행중인 성악과 교수 공채의 인사위원을 맡아,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물밑 내정자 밀어주기'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개인교습뒤 모텔 데려가 "경험 있냐"…신체 사진 보내기도
일년여 전 박 교수로부터 개인 강습을 받은 A(22)양.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교습을 꺼리는 딸을 보며 수상히 여긴 아버지(49)는 딸의 휴대폰에서 충격적인 메시지를 봤다.
박 교수는 A양에게 계속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A양은 마지 못해 저장돼있던 증명 사진 등을 보냈다.
이에 박 교수는 곧바로 "가슴도 보고 싶다", "가슴을 열고 찍어달라", "엉덩이에 뽀뽀하고 싶다", "금방슬거야" 등의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말들을 쏟아냈다.
이런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한 아버지는 A양을 다그치며 캐물었고, 그제서야 A양은 눈물을 쏟으며 그간의 일을 털어놨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박 교수는 심지어 자신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과 함께 "징그럽지?"란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했다는 것. A양은 경악하며 문자를 곧바로 지워버렸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한번은 개인 강습이 끝나자 "집에 바래다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집이 아닌 모텔가로 데려가 "경험이 있냐, 없으면 한 번 경험해보겠냐"고 물어봤다는 게 A양의 얘기다.
어떤 날은 집에 아무도 없는지 확인한 뒤 "잠깐 샤워하고 가도 되겠냐"며 들어오려 했다고, A양은 털어놨다.
◈"나중에 서울대 교수 시켜줄게" 자주 공언
이런 과정에서 박 교수는 A양에게 "내가 나중에 서울대 교수 시켜줄게"란 얘기를 시시때때로 공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나중에 유학갔다 오고 30대 중반쯤 되면 그 때는 내가 교수를 시켜줄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내 제자라고 말하지 마라, 교수된 다음에 내 제자라고 얘기하라"고 자주 얘기했다.
이런 얘기는 A양이 보관하고 있는 연습실 녹음 테이프와 문자 메시지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A양의 아버지는 "딸은 당시 교수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을 만큼 성숙한 나이가 아니었다"며 "워낙 밝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그저 실력을 키워 큰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아이일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A양은 부모는 물론, 박 교수에게도 '교수' 얘기를 먼저 입밖에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A양 아버지는 "이런 사람이 대학 교수, 특히 국립대인 서울대 교수란 걸 믿을 수가 없었다"며 "딸이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도 전혀 몰랐다"며 자책하기도 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아" 다른 피해자 증언도 잇따라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박 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은 비단 A양에 국한되지 않는다. 교수와의 일대일 수업이 많은 서울대 재학생들 사이에선 쉬쉬하는 분위기지만, 졸업생들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는 반응이다.
졸업생 B씨는 "재학 당시 친구와 후배가 박 교수로부터 성추행 당한 사실을 울면서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가 따로 레슨을 해주겠다며 자신의 연습실로 B씨의 친구를 불렀고, 레슨이 끝난 뒤 집에 데려가주겠다며 친구를 차에 태웠다는 것.
부담을 느껴 여러 차례 사양하다 예의에 어긋날까 결국 차에 올라탔지만, 박 교수가 기습적으로 입을 맞췄다는 게 B씨 친구의 경험담이다.
B씨는 "너무 놀란 친구는 곧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박 교수는 이후에도 계속 '네가 좋아서 그랬다, 진심으로 너를 좋아한다'는 문자를 친구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B씨는 그 친구의 당시 남자친구였던 같은 성악과 동기로부터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B씨는 이때까지만해도 '설마' 했지만, 이후 또다른 후배의 경험담을 듣고 나서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후배가 털어놓은 얘기는 친구의 경험담과 그 '수법'이 똑같았다. 마찬가지로 박 교수는 레슨을 해준다며 자신의 연습실로 불렀고, 집에 데려다준다면서 차에 태운 뒤 기습적으로 입맞춤을 했다는 것이다.
B씨는 "당시 이 후배가 워낙 나이가 어렸던 터라 어떻게 대처할 줄 몰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 선배들한테도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며 "학교 안에서 꽤 소문이 났던 걸로 안다"고 밝혔다.
졸업생 C씨 역시 재학중이던 2006년 여름의 그날 밤을 잊지 못한다.
당시 한 '음악 캠프' 프로그램에서 교수와 학생 10여 명이 모여 게임을 하던 중, 박 교수가 슬그머니 자신의 다리를 만지기 시작했다는 것.
처음엔 '게임하다 보면 손이 닿을 수도 있겠거니' 여겼던 C씨는 "계속 지그시 누르고 쓰다듬는 느낌이 굉장히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은 자리였기에 실수일 리 없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난 뒤 박 교수는 C씨에게 "내가 평상시에 너를 예쁘게 보고 있었다. 상담할 일이 있으면 나에게 오라"는 문자를 보냈다.
C씨는 "단순히 교수가 제자에게 보내는 문자라기엔 기분이 묘했다"며 "더군다나 야심한 새벽에 문자를 보낸 것도 이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C씨는 "문제를 삼았다간 오히려 내가 유난을 떠는 학생으로 몰릴까봐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며 "몰래 상담한 선배들도 '일이 커질 수 있으니 대답하지 말고 피하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다.
◈성추행 당해도 피해 입을까 '전전긍긍'
박 교수의 이러한 행태는 학교 안팎으로 이미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같은 과 김인혜 교수의 '제자 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도, 박 교수 역시 제자 성추문과 관련해 학교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음대 한 관계자는 "당시 여제자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워지자 박 교수는 다른 교수들과 강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돌렸다"며 "동료들에게 '너무 힘들고 너무 괴롭고 내가 뭘 실수했는지 알겠다. 이제 정말 잘하겠다'며 읍소했다"고 증언했다.
서울 시내 다른 대학의 음대 교수도 "박 교수는 고액 과외 문제도 있지만, 건드린 여학생이 꽤 많은 게 더 큰 문제"라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교수는 "박 교수가 워낙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개인 레슨도 연결시켜주는 등 관리를 잘해서 여학생들이 많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음악학계 내부에서는 이런 성추문이 계속 불거져도 학생들이 적극 대응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교수와의 일대일 수업이 많은 데다, 특유의 '도제식 교육'으로 맺어진 수직적 관계 때문에 쉽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 안은 물론 음악·예술계 전체에 알려질텐데 "피해를 당할 만한 짓을 했다"며 '교수와의 스캔들'로 호도되기 십상이란 얘기다.
특히 성추행은 본인 진술 외에는 증거를 입증하기 어려워, 잘못 꺼냈다가는 아무 것도 밝히지 못한 채 본인만 바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CBS노컷뉴스는 당사자 입장을 듣기 위해 십여 차례 연락했지만, 박 교수는 '학력 위조' 및 '불법 고액 과외' 의혹 보도에서도 그러했듯이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대신 '학력 위조 의혹' 보도를 문제삼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지난 13일엔 "변호인을 선임했다"는 짤막한 문자메시지와 함께 연락처를 보내왔다.
박 교수측 이성희 변호사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여서 전혀 모르겠다"며 "피해자들이 있다면 검찰에 고소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A양의 부모 등은 조만간 박 교수를 검찰에 고소할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 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양의 가족들은 이미 지난 14일 오후 서울대 인권센터내 성희롱 성폭력 상담소에 박 교수를 신고하는 한편, 증거 확보를 위해 지워버린 '신체부위 사진'의 복원 방법도 알아보고 있다.
서울대는 박 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라 당사자간 해결할 문제"란 입장을 나타냈다.
교무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수사기관은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가 수사에 맡겨 결과가 나오면 그 이후에 판단을 해야지, 이야기만 듣고 교무처가 먼저 나설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성범죄 친고죄는 지난해 6월 폐지돼,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201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