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위조' 의혹에 휩싸인 서울대 성악과 박모(49) 교수가 입시생 등을 상대로 시간당 최소 30만 원 수준의 고액 과외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교원의 과외 행위가 일체 금지된데다, 국립대인 서울대 특성상 국가공무원법 위반에도 해당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시내 한 대학교 4학년생인 A씨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고3 수험생이던 지난 2011년 당시 박 교수로부터 수 차례 개인강습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대 음대에 합격해 재학중인 B씨도 고3 수험생 때 박 교수로부터 수 차례 개인 강습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교수에게 A씨와 B씨의 과외를 연결시켜준 한 성악계 인사는 "두 학생이 입시가 임박한 시점에 너댓 번씩 개인 교습들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30분 정도 교습할 때마다 100~200만 원씩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1년여 동안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자신의 개인 연습실에서 성악가 지망생을 상대로도 개인 강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게는 주 2회, 많게는 주 3회에 걸쳐 총 200여 시간의 개인 강습을 하며 총 7000만 원 이상의 강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대생 C씨는 "목동에 박 교수의 부인이 운영하는 학원이 있었고, 근처에 그의 연습실이 있다"며 "이곳에서 1년여간 시간당 30만 원 가량의 강습비를 내고 개인과외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의 고액 과외 교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8년쯤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가 임용 이후 서울대 안에서 조교수로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면서부터 과외 교습에 나섰다는 것.
이후부터 현재까지 은밀하게 입시생을 소개받아 고액 과외를 벌이고 있다는 성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성악계 인사는 "박 교수가 2008년부터 입시생들을 상대로 고액 과외를 하기 시작했는데, 한 타임에 적게는 100만 원부터 많게는 200만 원까지 받았다"며 "지금까지도 친분있는 지인들의 제자들을 상대로 은밀하게 과외교습을 해주고 있다"고 증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개인 교습뿐 아니라, 매년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만을 골라 기숙학원 형태의 과외교습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입시를 앞둔 지난해 여름에도 경기 양평과 제주도 등에서 고3 입시생 30여 명을 상대로 과외교습을 했다는 것.
참가비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3박 4일간 함께 숙박하면서 과외 교습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 자리에는 지난해와 올해 서울대 성악과 교수 공채 과정에서 '물밑 내정자 몰아주기 의혹'에 휘몰린 후보자 신모 씨도 함께 과외교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의 이 같은 고액 과외교습은 이미 성악과 학생과 강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는 게 입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D씨는 "당시 박 교수와 신 씨가 함께 고3 입시생들을 상대로 과외교습을 진행했다"며 "이 모임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라고 했다.
또다른 성악계 관계자도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박 교수의 개인 과외는 소문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지금도 같은 과의 다른 원로 교수와 함께 과외 교습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 교수가 이처럼 별다른 제재 없이 오랜 기간 과외 교습을 해올 수 있던 배경으로는 폐쇄적 친목모임이 지목된다.
박 교수가 몇몇 교수들과 폐쇄적인 모임을 만들어, 그 틀 안에서 개인 과외 강습을 받을 입시생들을 알음알음 소개받아왔다는 것.
성악계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 사이에선 '어느 교수가 몰래몰래 애를 봐준다', '교수한테 레슨받은 애들 때문에 내 딸이 혹시 떨어지는 것 아니냐' 등의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박 교수의 이러한 과외 교습은 불법이라는 게 교육 당국과 법률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3조(교원의 과외교습 제한)는 물론, 국가공무원법의 제56조(성실의무)와 제63조(품위유지의무), 제64조(영리업무 및 겸직금지)에도 위반된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교원의 일체 과외교습 행위는 안 된다"며 "이는 학원법에서 규제하지 않더라도 교원들의 겸직금지 조항에도 위배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 법률 전문가도 "학원법 3조 '교원의 과외교습제한'만 봐도, 대학 교원들은 과외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의 법인화 여부와 상관없이 국립 서울대 교수의 신분으로 과외교습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란 얘기다.
또 다른 법률 전문가는 "국가공무원 신분 당시 있던 행위와 법인화 여부는 무관한 사안"이라며 "기본적으로 모든 교원은 교육공무원법을 따르게 돼있고, 교육공무원법에서 징계와 관련한 부분은 국가공무원법을 준용하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위유지나 성실의무나 청렴의무 등은 국공립 사립 교원에게 모두 적용되는 것"이라며 "이 징계사유는 국공립과 사립 교원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장정욱 시민감시팀장은 "명확한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으로, 교수로서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 부패 신고 등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측은 박 교수의 불법 과외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일단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교무처 한 관계자는 "이 사안이 공식적으로 제기되면 교원 인사위원회나 징계위원회에서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일단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CBS노컷뉴스는 본인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를 십여 차례 시도했지만, 박 교수는 일체의 답변이나 연락을 끊은 상태다.
201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