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길고 남은 짧고'…미사일 사거리, 이래도 되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이 입증되면서, 우리 군(軍)의 '단거리' 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북한은 이미 3천km급 이상 중거리 미사일(IRBM)들을 실전 배치한 데 이어, '4.5 로켓 발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준에 버금가는 6천km급 이상의 사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한국군이 보유한 미사일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긴 현무미사일은 250km. 미국으로부터 2백 기를 사들여 배치한 에이테킴스(ATACMS) 미사일도 3백km에 불과하다.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려면 최소 550km의 사거리가 필요한 걸 감안할 때 '짧아도 너무 짧은' 수준이다.

국방 기술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군은 현재 정밀 타격 기능을 갖춘 사거리 1천5백km 이상의 순항(크루즈)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턱없이 짧은 사거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체결한 '한미 미사일 협정'에 따라 3백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진 미사일 개발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당시 양국이 맺은 협정은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군사용 미사일을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로 제한했다.

민간용 로켓의 경우 사거리는 무제한으로 허용됐지만, 이마저 액체연료 방식으로만 개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아무런 규제없이 로켓 개발에 몰두해온 북한과 현저한 기술력 차이를 낳게 된 배경이다.

이에 따라 '미사일 주권 침해' 논란이 계속됐고, 정부는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1998년) 이후 2001년이 돼서야 재협상을 통해 사거리를 3백km로 겨우 늘려놨다. 이마저도 북한이 1984년 개발한 스커드B 단거리 미사일 수준에 불과한 형편이다.

북한이 '4.5 로켓 발사'를 통해 한 차원 높아진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이제는 한국도 사거리 제한을 풀고 기술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역시 미사일 협정 개정을 심각하게 검토하겠다며 공론화하고 나섰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의 미사일 주권이 계속 제약을 받는 게 옳은 것인지, 이 시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개정 논의를 공식 의제로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은 "한미간에 탄력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일부 개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일각에선 협정 개정에 따른 한국의 미사일 능력 증대가 북한은 물론, 일본 등 주변국의 군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론도 제기하고 있다.

2009-04-06 오후 6: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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