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北 선박 통항 보장 발언 '논란'


정부가 '키 리졸브' 훈련 기간인 15일부터 20일까지 북측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금지하겠다고 사전 통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군(軍)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 발언이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9일 이미 북측에 북한 선박의 '진입 불허' 조치를 통보했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나흘 뒤인 13일 "우리는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매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사뭇 다른 얘기를 했기 때문.

군 관계자는 19일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키리졸브 훈련 기간에 북한 상선의 우리 해역 통과를 불허한다고 지난 9일 통일부 교역지원과에 서면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통일부도 해사통신망을 이용해 북측에 이를 알렸다"며 "제주해협도 물론 통과 불허 해역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전날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에 보고한 '최근 북한 동향과 군사대비 태세' 자료에서도 "연습기간 중 해상훈련 해역상 운항 불허 조치를 내렸다"고 보고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연습 기간 동해와 남해 전 해역에서 해상 훈련과 항만 방어 훈련 등을 벌이고 있고, 미 항공모함 존스테니스호를 포함한 다수의 구축함과 전함들이 훈련에 동원됐다.

그러나 불허 조치를 북측에 최종 통보한 통일부는 이날 특위에서 전혀 다른 설명을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북한 선박 통항 금지 조치를)검토한 적 있느냐"는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의 질문에 "그런 대응은 아직 검토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현 장관은 이어 "개성공단 폐쇄도, 제주해협 북한 선박 통행 차단 조치도 아무것도 검토한 바 없다"며 "기계적 상호주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실제 북에 취한 '행동'과 180도 다른 것임은 물론이다.

◈ 李대통령 "통과 보장"…의문 증폭


이명박 대통령 역시 정부의 실제 조치와는 전혀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남 진해에서 열린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매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지금 이 시간 북한 화물선이 우리 영해를 지나고 있다"며 "이 배는 제주해협을 통과해 서해를 거쳐 북한 남포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북한 선박 통항 불허 조치를 모르고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아니면 알고서도 '통항 보장' 발언을 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나흘 전인 9일 이미 북측에 통항 불허 조치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북 선박의 통항 불허 조치를 통보한 9일이 북한의 개성공단 육로 통행 차단 조치가 처음 내려진 날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이 모르는 사이 남북 양측이 '항로'와 '육로'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였을 개연성이 농후한데도, 정부가 북측의 일방적 강경 조치를 부각시킨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육로 통행 차단 조치에 대해 "신중한 대응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밝혀온 정부가 실제로는 사태 첫날부터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항 불허라는 '강경 카드'를 뽑아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측에 일방 통보한 게 아니라 협의를 거친 것"이라며 "군사훈련 기간 중 선박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항로와 일정 조정 협조를 부탁했고, 이에 북측도 알겠다고 동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대통령의 13일 발언에 대해서도 "실제로 이날은 자유롭게 통항이 보장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키리졸브 훈련 기간에도 북측 선박 1대는 통항이 허용됐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해협은 동해와 서해를 잇는 지름길로, 지난 2005년 남북해운 합의 발효 이후 북측 민간 선박의 통과가 허용돼왔다.

이후 2005년 41척, 2006년 128척, 2007년 174척, 지난해엔 188척의 북측 선박이 통항하는 등 '평화의 바닷길'로 자리잡아왔다.

우리 정부가 2005년 이후 북측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불허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2009-03-19 오전 10: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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