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서울 A구에 사는 김선혜(37) 씨는 지난달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배정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김 씨의 집 주변에는 도보를 기준으로 5분, 10분, 20분 거리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하필이면 가장 먼 20분 거리의 초등학교에 떡하니 배정된 것이다.
김 씨는 혹시 5분 거리의 학교에 정원이 넘쳐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해당 학교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오히려 학급 수를 줄여서 운영하고 있다"였다.
해당 학교가 있는 장소가 재개발 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번 학기에는 오히려 학년별 반 수를 최소한으로 줄여 수업할 계획이라는 것.
김 씨는 어이가 없었다. 학교가 물리적으로 학생들을 더 수용할 수 있음에도 배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할 지역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담당과 직원의 말은 간단명료했다. 20분 거리에 있는 학교에 배정되는 게 행정구역상으로는 맞으니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
김 씨는 "담당자 말에 따르면 이 근처에 있는 학부모들이 그런 고민을 많이 해 문의도 잦다고 하더라"며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란 얘기"라고 황당해했다.
"행정구역이란 게 시대가 변하면 새롭게 재정비돼야 할 것 같은데 이해하기 어렵다"며 "교육청이 좀 더 배정에 신경 썼다면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은 없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내비쳤다.
실제로 관할 교육청 담당자는 "그렇게 집 근처 학교에 입학하고 싶으면 해당 학교 교장에게 찾아가서 허락을 받으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행정구역상 어쩔 수 없지만, 학교장의 허락이 있다면 입학할 수는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해당 학교장은 김 씨에게 허락해주는 것을 꺼리며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이후 김 씨는 주변 지인들과 이 같은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고, 급기야 '위장전입'에 대한 정보까지 나눴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어 결정을 내리진 못했지만, 이미 다른 학부모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것.
교육당국의 행정편의주의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위장전입'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반대의 '위장전입'도 있다. 일부러 집과 거리가 먼 학교에 배정받으려고 아는 사람의 집에 자녀를 전입시키는 경우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에 사는 A씨는 지난달 초 집 근처가 아닌, 조금 먼 곳의 학교로 아이를 보내기 위해 아는 학부모의 집에 위장전입시켰다.
집 근처 초등학교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일명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들이어서 예년보다 숫자가 많은 것도 이런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교육 당국은 "행정구역상 배정되는 것이니 문제없다"는 원칙적 답변만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논란이 된 지역의 경우 재개발이 끝나면 아이들의 유입이 있을 수 있으니 지금 행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매년 수요를 조사해서 행정구역을 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