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청이 노점상 강제 철거 과정에서 고등학생 용역을 동원해놓고도 "전혀 아니다"라며 거짓 해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용역이 투입된 건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아침 7시. 노원구청은 이날 하계역을 비롯해 노원역과 수락산역 노점 철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투입된 용역들 가운데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들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당시 제기됐다. 철거 당한 한 노점상의 아들 A(18) 군이 용역으로 나온 같은 반 친구를 만난 것.
A 군은 "친구도 나를 보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친구는 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다고 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은 곧바로 해명 자료를 내면서 강하게 반박했다. 구청 관계자는 "용역업체로부터 명단을 받아 모두 확인했지만 고등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노점상인들이 꾸며낸 것"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구청의 이같은 변명은 모두 거짓말로 탄로났다. 당시 용역에 투입됐던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3학년 B(18) 군은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갔을 뿐, 노점 철거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일당 5만 원에 힘들지 않은 경호'로 알고 갔지만…
B 군이 철거 용역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지난해 12월 중순. 친구의 친구로부터 '단순 경호'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았다. "별로 힘들지 않고 시급도 센 편"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말은 '경호'지만 위험하지도 않고, 5시간 정도만 하면 일당 5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며칠이 지난 12월 22일, B 군은 해당 업체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위험한 일, 불법적인 일 아니니까 안심해도 된다. 명단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 절대로 빠지면 안된다", "시청에서 섭외받고 경호쪽 업체에서 연락받고 경찰이랑 집행관 포함 다같이 일하는 것이다. 복장은 따뜻하게 사복입고 오면 되고 절대 츄리닝(운동복)은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학교에는 경위서를 쓰는 걸로 마무리됐다. 학교 측도 "B 군이 속아서 간 것"이라며, 문책하기보다는 심경이 혼란스러운 B 군을 위로해줬다.
철거 당일 B 군은 주민등록증까지 찍어서 용역업체에 보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고등학생은 없었다"던 구청이나 용역업체의 해명은 무색하게 된 셈이다.
B 군은 또 "이날 함께 간 또 다른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고도 했다. 철거 당일 동원된 200여 명의 용역 가운데 확인된 고등학생만 최소 2명이지만, 구청과 용역업체는 여전히 발뺌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4-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