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제18대 대선 1주년을 맞은 19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특히 이날 집회는 영하 5도의 살을 에는 추위에도 지난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추모행사 이후 한겨울로 접어드는 12월에 열린 집회 중 최다 인원이 참여했다.
◈민주노총 "철도민영화 저지", '응답하라 1219 촛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저녁 6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철도민영화 저지! 총파업투쟁 승리! 총력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파업 11일째를 맞이한 전국철도노조 조합원은 물론,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정당 등 각계각층에서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경찰 추산 6000여 명)이 '응답하라 1219 촛불'이라는 기치 아래 모였다.
이날 시청광장의 3분의 2 가량이 스케이트장으로 덮여 집회현장이 무척 혼잡했지만, 참가자들은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갖추고 침착하게 행사를 이어갔다.
이들은 "국민철도 민영화를 막아내라", "박근혜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손에는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 못합니다'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며 사회 현안에 대한 정부의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민주노총 건물에 피신했던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영상으로 등장, 광장 가득히 시민들의 환호로 채우면서 열기를 높여갔다.
김 위원장은 "수십 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수백 명을 해고하고 약 8000명을 직위해제와 징계로 위협해도 파업과 철도민영화 저지 투쟁을 막아설 수 없다"며 "이제 절반의 승리를 넘어 완전한 승리로 달려가고 있다"고 결의를 다졌다.
또 정치파업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불편을 참아가며 온 마음으로 철도노동자에게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우리의 국민이 외부세력"이라고 강조하고 "정치파업이 아니라 국민의 밥그릇을 지키는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이 진정한 축하의 자리가 되려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고 국민적 합의 없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던 공약을 지켜라"고 촉구한 뒤 "철도 파업을 멈추기를 원한다면 파업 대오를 흔들고 열차안전을 위협하는 대체근무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국토교통부의 수서KTX 자회사 면허권발급 저지를 위해 총파업을 더 강고히 전개하겠다"며 명령 4호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21일 '힘내라 철도노조 촛불집회' 참석 △23일 민주노총 2차 파업 및 종교 지도자 대표들의 평화 대행진 참석 등을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촉구했다.
◈"노동자가 국민이다…시민들이 도와달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철도노동자도 국민이다. 노동자는 국민 속에 따로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참석한 시민들을 맞이했다.
신 위원장은 철도노조 파업을 공권력이 탄압한다며 "철도지도부가 수배돼 민주노총 사무실에 있고, 부산본부에는 철도노조 간부를 연행하려 경찰이 건물을 침탈했다"고 지적하고 "노동자의 상징인 민주노총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 퍼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을 언급하며 "21일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대자보에 적어달라"며 "이제는 세상을 향해서 우리 모두의 대자보를 붙여보자"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영일 지회장은 "최종범 열사가 목숨을 던져 삼성의 불법에 항거한 지 50일째, 유가족인 별이 엄마가 노숙투쟁에 나선 지 17일차"라고 호소하고 "그러나 정부는 우리 뺨을 때리고 옷을 벗겼다"고 성토했다.
또 "삼성의 불법을 아무리 지적해도 노동부와 근로감독관은 외면만 하고 있다"며 "삼성과 정부에 맞설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며 울먹였다.
◈"대선 결과 조작 규탄" 촛불집회 이어져
민주노총의 집회가 끝난 직후인 오후 8시부터는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범국민 촛불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이어졌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함세웅 신부는 시국강연회에 강연자로 나와 대선 결과 조작과 관련해 "지난 대선은 개표 부정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며 "관권 불법 선거에는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도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이라는 말만 꺼내도 대선불복이나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특검은 민주당도 청와대도 검찰도 아닌 집회 참가자 여러분들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단체, 여성단체, 농민단체, 종교계, 학계와 대학생 등 시민사회 각계 각층의 시국 발언도 이어졌다.
76개 청년단체는 "1443명의 청년이 모여 민주수호 청년선언을 발표했다"면서 "박근혜 정부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종북으로 모는 마녀 사냥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이도흡 상임의장은 "지난 2월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무효 선언을 했다"면서 "그 때와 마찬가지로 사기 공약과 선거 부정을 묶어 다시 한 번 당선 무효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6개월간 촛불을 들어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야당 국회의원들과 민주당 지도부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처럼 직을 던질 각오로 특검법을 관철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집회는 시작 4시간 만인 오후 10시쯤 끝이 났다.
집회 중간에 참가자들이 늘어 참가자들은 서울광장과 플라자호텔 사이 1개 차선을 경찰의 협조 하에 사용했지만 우려됐던 충돌은 없었다.
201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