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여전한데…대운하 '우회상장' 논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자 '우회 상장'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촛불 여론'에 밀려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고 '조건부 포기' 의사를 밝힌 지 6개월만이다.

청와대 등 여권은 "대운하와 무관하다"며 연신 고개를 내젓고 있지만, 야당과 여론은 "간판만 바꾼 대운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2012년까지 14조원이 투입될 걸로 보고 있는, 바로 '4대 강 정비사업'이다.

◆'4대江 정비' 내걸고 '대운하 첫삽' 뜨나=새해 예산안 처리를 이틀 앞둔 10일, 정치권은 온통 '대운하'로 들썩댔다.

"4대강 정비사업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의 이날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당초 해당 사업의 목적으로 내세운 '환경'에서 '경기 부양'으로 한발 더 나간 것임을 청와대가 공식 확인한 셈이 됐기 때문.

박 수석은 다만 "운하를 하려면 갑문을 만들고, 굉장히 깊이 준설해야 하지만 그런 계획이 없다"며 대운하와는 선을 그었다.

한승수 국무총리 역시 "4대 강 정비사업은 대운하와 연계된 게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경기 활성화와 고용 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확장된' 의미를 부여했다.

◆예견된 '시나리오', 재추진 시사 잇따라=그러나 청와대는 이미 지난 4월말부터 대운하의 '우회 상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한 추부길 전 홍보기획비서관은 당시 "국민 반대가 많으면 운하가 아닌 다른 형태를 추진할 수 있다"며 "주요 하천의 치수(治水)를 중심으로 하면 특별법 없이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대 하천의 준설 작업을 개별 추진한 뒤, 여론이 돌아서면 이를 자연스럽게 운하로 연결하면 된다는 시나리오다.

실제 지난 5월 한 국책기관 연구원이 "4대 강 정비의 실체는 대운하"라고 '양심 선언'을 해 파문을 낳기도 했다.

이후 '쇠고기'에 밀려 꺼졌나 싶던 '대운하' 논란이 재점화된 것도 '각본'대로 착착 진행되는 분위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박병원 경제수석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수질개선 사업을 해놓고 대다수 사람들이 (조령터널을) 연결하자고 하면,말자고 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탄소로만 따진다면 운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의 발언이나 "대운하를 포기한 게 아니다"라는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野 "절대 저지…관련예산 삭감"=정부 역시 4대 강 정비사업을 내년 '주요 국책 과제'로 선정, 올해보다 2.5배나 늘어난 686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전체 하천 정비 사업에 투입하겠다는 예산만도 올해보다 59% 늘어난 1조 6750억원이다.

이미 지난달초 발표한 종합경제대책에도 '미래 대비 물 관리 예산' 7800억원이 포함된 터라, 의혹의 눈초리가 거셀 수밖에 없다.

매년 벌이는 치수 사업이란 게 여권 설명이지만, 구체적 사업 내역 제시도 없이 갑절 이상으로 관련 예산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겠다던 대운하의 불을 청와대 수석들과 장관들이 연일 지펴대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민주당은 특히 "천문학적 예산 증가를 봐도 대운하 의심 사업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관련 예산 삭감 없이는 예산안 처리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운하 반대" 59.6%…민심 '역주행'하나=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역시 "올해 1836억원인 낙동강 정비사업 예산이 내년엔 4469억원으로 243% 증가했다"며 "대운하의 기초 작업이 아닌지 의심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대운하를 위한 우회 전략으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비판했고, 친박연대도 "정부여당의 해명을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대운하 반대'는 59.6%로, 올 1월 조사의 43.8%나 3월의 53.1%에 비해 한층 늘어났다. 반면 '대운하 찬성'은 21.4%로 급감했다.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던 대운하가 결국 민심을 '역주행'하며 물길을 트기 시작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2008-12-10 오후 8: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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