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총학 선거 '꼼수 개입' 논란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학교 본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제46대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진 건 지난달 26일부터 사흘간. 하지만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 2명이 사퇴했다.

학교 본부가 가투표수와 실투표수 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부정하게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유 등에서다.

◈학교측, '투표함 열어 골라내자' 선관위에 제안

 

논란은 올해 처음으로 단과대 학생회 선거와 총학생회 선거를 공동으로 치르면서 비롯됐다.

공동선거는 단과대 내 같은 투표소에서 단과대 투표와 총학 투표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다. 경영대, 경제대, 법대 등 일부 단과대학에서 이를 채택했다.

그런데 이틀째 투표를 마친 지난달 27일 저녁, 중앙선관위원장이 회의석상에서 "학교 측이 단과대 투표함에 잘못 들어간 총학 투표지를 골라내 총학 투표함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

이에 선관위원 A 씨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율 상승을 위한 지나친 학교 본부의 개입이 있었다"며 "오차율을 줄이기 위한 부정선거 제안까지 했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또 다른 선관위원 B 씨는 "위원장의 말을 듣자마자 모든 위원들이 격분했다"면서 "중앙선관위가 밀봉해 갖다놓은 투표함인데, 학교 본부에서 이미 투표함에 투입된 투표용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10여 명의 선관위원들 사이에서는 '단체 사퇴' 논의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위원장이 학교 본부 측에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선거는 그대로 진행됐다.

◈'비운동권 총학 지원사격 아니냐' 비판 팽배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 측이 비운동권 단일후보 당선을 성사시키려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설령 실수로 잘못된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었다 해도 무효표, 즉 사표로 처리돼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단일후보는 유효투표율인 과반을 가까스로 넘긴 52.76% 투표율에 68.82%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총학 선거 세칙에 따르면 오차율이 유효투표수의 3%를 초과할 경우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이 때문에 학교 본부가 단과대 투표함에 잘못 들어갔을지 모를 총학 투표용지까지 골라내 집계에 반영하자며 무리한 제안을 한 게 아니냐는 얘기다.

선관위원 B 씨는 "학교에서 무슨 의도로 그런 제안을 한 것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과연 이런 결정이 학교측의 어느 선까지 연관되어 있는지, 학생들이 이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굉장한 무력감을 느꼈다"는 것.

 

이러다보니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곳곳엔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학교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심지어는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투표율을 열람하면서 '어느 단과대 투표율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선관위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대학 학생 김모(27. 정치외교학과) 씨는 "자치기구 선거는 오로지 자치기구가 다 관리해야 한다"면서 "중앙선관위원장이 전면에서 학교 본부와 나눈 이야기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이 간식이나 선물 등을 제공하며 투표 독려를 물밑 지원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이번 선거를 두고 '금권선거', '고구마선거'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학생 이모(20. 경제학과) 씨는 "솔직히 총학 선거는 그동안 단일후보가 많아서 유세도 못 봤고 관심도 안 갖는다"며 "단과대를 지나다니는데 찍어달라고 간식 주고 투표하라고 하면 그냥 찍어준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갖은 의혹에 대해 오해일 뿐이란 입장이다.

학교측 관계자는 투표함 개봉 제안 논란에 대해 "투표가 끝난 뒤 투표함을 열어서 단과대 함에 잘못 들어간 총학 투표용지는 골라내 반영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다만 "학생들이 선거 기간 '투표용지를 제대로 넣었는지 걱정된다'는 문의 전화를 많이 해서 이 같은 제안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금권선거 논란에 대해서는 "간식 등 지원은 중앙선관위가 총학 예산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는 아는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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